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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러시아 정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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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2023-11K
Feb.1 , 2023
2023 러시아 정세 전망
이태림
유럽․러시아연구부 교수
2
023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diplomacy)’ 차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군사력
국면은 크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
투사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강화시켜온 중앙아시
고 이를 지원하는 미국 및 동맹들 간 소모
아, 중동, 아프리카 등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전 지속, ▲수세에 몰린 러시아의 핵 사용과 이후
유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측불허한 전개, ▲평화 협상 시작이라는 세 가지
2023년은 러시아 국내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해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다. 협상 국면이 조성된다
가 될 것이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푸틴(Vladimir
고 해도 러시아는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할
Putin)이 후계자에게 권좌를 물려주고자 한다면
것을 요구할 것이고,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이를 인
후계자가 대선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올
정할 수 없을 것인바, 전쟁이 오랜 기간 지속될 가
해 후계자를 지명해야 한다.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능성이 높다. 다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
러시아 사회 각 부분에 미치고 정치적 부담이 커
기 지원을 줄이게 된다면 우크라이나는 협상에 응
지는 경우에도 푸틴이 재출마를 선언할 것인지가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어 미국의 입장이 우
관건인데, 향후 ▲전개될 전황 및 경제 상황, ▲집
크라이나 전황 전개에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권 엘리트 내 분열 여부, ▲러시아 국민들의 푸틴
2023년 러시아는 중국․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진
에 대한 지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중 관계에 있어 러시아는
그동안 러시아는 북핵불용 원칙을 고수하고 남
북 균형 외교 속에서도 한국과의 관계를 보다 중
시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
로 러시아의 대한반도 전략의 기본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양국 간 연대를 강화하면서도 중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자기 중심’을 지켜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 판단된다.
러시아에게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인도 역시 대러 관계에서 실리
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2023년 러․인도 관계가
1. 현재 전황 및 향후 전개의 핵심
국제 질서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여기에 대인도
변수들
관계에 있어서는 양국 협력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러시아의 무기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지 여부도 중
요한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이 되지 않
고 러시아가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는 상황이 장
기화될 경우, 러시아가 소위 ‘군사 외교(military
2022년 11월 우크라이나가 개전 초 빼앗겼던 헤
르손(Kherson) 시를 포함하여 헤르손 주의 약 1/3
을 수복하고 러시아 군이 동 지역에서 퇴각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군이 승기를 잡은 듯 했다. 그러
나 이후 드네프르강 동쪽으로 후퇴하여 정열을 정
2023 러시아 정세 전망 1
비한 러시아가 동부 지역의 솔레다르, 바흐무트 등
넘어서는 논의인바, 러시아군이 향후 승기를 잡을
지역에서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올 봄 러
경우 서방 리더십의 동 원칙도 깨지지 않을 것이
시아의 총공세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서방은 새
라고 보장할 수 없어 보인다.
로운 공격용 무기 지원을 결정했다.
문제는 미국과 나토의 확고한 무기 지원을 받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온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보다 본격적으로 공
이나에 대한 공격용 전차 지원에 대해서 부정적이
격하고 러시아의 점령지를 탈환하고 나아가 크림
었으나, 지난 1월 25일 미국이 M1 에이브럼스 전차
반도 회복까지 시도할 경우, 전쟁 패배를 인정할
31대를, 독일은 레오파르트2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수 없는 푸틴과 러시아 집권세력이 대내외적 부담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독일을 포함하여 서
에도 불구하고 전술핵을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방 국가들이 지원을 약속한 전차 수는 총 100여 대
수 없다는 것이다.
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나토 측은 “러시아에 대
미국은 러시아의 그 어떤 핵 사용에도 상응한
한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 무기”라고 주장하고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북한, 파키스탄과 같
있으나, 크레믈린은 “나토의 직접 개입”이라고
은 핵무장 국가들에게 미칠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규정했다. 또한 러시아 측은 서방으로부터 첫 제공
미국으로서는 러시아의 핵 사용에 확실한 대응을
되는 공격용 전차를 이용해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아 영토 내까지 공격할 가능성을 제기한바, 향후
European Union)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들을 종합
전황은 예측불허한 방향으로 격화될 우려가 있다.
해 볼 때, 설리반(Jake Sullivan) 미 국가안보보좌관
한편, 서방으로부터 제공되는 전차들의 전투 현
이 러시아 측에 사전 경고했다고 한 대응방식은
장 배치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점, 또한 전
핵을 통한 반격이 아니라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차들의 사양이 우크라이나 군이 익숙한 기존 소비
러시아 전역의 군사시설 파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에트 시기의 T-72 모델과 매우 달라 훈련에 상당한
그러나 2022년 11월 16일 발생한 폴란드 미사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점들이 지적되면서 현재
피격 사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서둘러 이를 러시
우크라이나 군의 수세적 상황과 3월로 지목되고 있
아의 소행이 아닌 것으로 결론짓고 확전을 방지하
는 러시아 군의 총공세를 막아내는 데 금번 지원이
고자 한 태도 등을 미루어 볼 때, 미국과 나토의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러시아 영내 공격 같은 응징 방식이 실제 현실화
서방의 전차 지원 결정과 거의 동시에 전투기
될지 여부는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
지원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이와 같이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은 한 치 앞을
측이 전투기 지원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그동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과 속도로 전개되고 있는데,
안 미국과 독일은 전투기 지원 문제와 관련하여
서방의 전차들이 본격 배치되는 봄 이후의 상황 전
일관되게 불가 입장을 견지해왔고 이번에도 부정
개가 금번 전쟁의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그간 서방이 많은
자체 금기를 깨면서 지원 무기의 수위를 높여 왔
고 미국 내에서는 주력 전투기종이 F-35로 대체되
고 있는 상황에서 F-16의 처리 시점으로 적절하다
2. 협상 국면 형성 가능성과 주요국들의
입장 및 역할
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서방의 전투기 제공과 관련해서 이미 서방 군사
러시아 군의 헤르손 철수가 협상 여건 마련을
전문가들 내에서는 복잡한 조작법 훈련 등 전차
위한 전략적 후퇴였다는 해석도 대두되면서 러시
제공 때와 유사한 기술적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으
아 측은 협상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나, 이는 서방의 ‘확전 방지를 위해 우크라이나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포함하여 전 영
군의 러시아 영내 공격 상황은 막는다’는 원칙을
토 회복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러시
2023 러시아 정세 전망 2
아도 획득한 점령지를 돌려줄 가능성은 낮은 상황
지난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그동안 바이든
에서, 양국 간 협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
(Joe Biden)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다. 다만, 금번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방식을 ‘백지수표’라고 비판해 온 공화당이 하
온 주요 관여국들의 입장과 역할에 따라 협상 국
원의 다수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향후 하원이
면이 마련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제동을 건다면, 이는 다른
이 가운데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
가는 미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부정적 영
향을 미칠 수 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도 우크라
11월 11일 우크라이나 군의 헤르손 일부 탈환
이나 지원에 대한 여론 변화가 나타난다면, 이 역
직후 마크 밀리(Mark Milley) 미 합참의장은 군사
시 우크라이나에 협상을 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적 방법을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로부터 러시아군
수 있다.
을 완전하게 축출하는 방안이 현실적이지 못하고
중국과 인도도 러시아에게 협상을 촉구할 수 있다.
기대하기 어려운바, 2022년 겨울이 러시아․우크라
9월 중순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이나 간 협상이 착수될 수 있는 호기라는 점을 시
Organization)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가 전쟁 장기
사한 바 있다. 동 발언 직후 미국은 이것이 우크라
화를 우려하는 입장을 러시아 측에 전달해 왔음이
이나에게 협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며 해명했
확인된 바 있다. 중국과 인도 모두 세계적 경기 침
으나,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협상 가능성을
체의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과
완전히 닫지는 말라’라고 조언한 사실과 우방국
인도는 금번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세력이 지나치
들과 협상 시나리오를 논의한 것이 알려지면서 미
게 약화되는 것도 자국 이익에 반하는바, 각자의
국이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한 출구 전략도 검토하
이해관계 속에서 조속한 종전을 희망한다고 볼 수
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 측의 협상 가능성에 대한
러시아가 최악의 제재 국면에서 2022년 나름대
시사가 전쟁 장기화로 인한 피로감과 다양한 형태
로 안정적 재정 관리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중국
의 국내적 위기를 맞고 있는 동맹국들의 여론 달
과 인도의 러시아 원유 구매 확대가 큰 영향을 미
래기용이라고 평가되며, 미국의 외교안보 라인이
쳤다. 따라서 향후 에너지 채굴 장비를 포함한 첨
실제 얼마나 주도적으로 협상 국면 형성에 역할을
단 부품 및 장비의 금수 조치와 같이 러시아 경제
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시스템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제재들이 2023년
미국과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종전의 조건과 시기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경우, 중국과 인도의 지
를 정해야 하며 자신들은 우크라이나 측에 어떠한
지와 지원이 절실한 러시아로서는 이들의 입장을
강요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도는 2022
다고 밝혔다. 그러나 향후 미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
년 7월 UN과 튀르키예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흑
과 막대한 재정 적자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해 곡물 운송 협상을 타결시켰을 당시 중요한 막
판단된다.
후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협상 국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무기의 양적․질
적 변화는 우크라이나의 전투력에 직접적인 영향
조성에서도 인도가 러시아를 설득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된다.
을 미쳐왔다. 따라서 향후 미국이 무기 지원을 줄
만약 이러한 주요국들의 협상 테이블 마련을 위
인다면 우크라이나는 항전의 의지가 있어도 협상
한 적극적 관여가 없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여기에 미
향후 있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국 의회의 입장이 이러한 변화의 계기로 작용될지
소모전 성격의 전투를 이어갈 수 있으며, 전쟁이
주목된다.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3 러시아 정세 전망 3
3. 대중․대인도 관계 강화 노력 속 중앙
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에서 군사적
영향력 유지 과제
제라고 지적해온, 이른바 중국과의 연대를 강화하
면서도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아야 하는 러
시아의 외교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 판단된
다. 이에 러시아는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
을 막기 위해 인도를 비롯한 ‘나머지 세계(the
러시아는 중국, 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많은 노력
을 기울일 것이나 다양한 도전과제를 맞게 될 것
rest world)’와의 관계 다각화에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쟁 장기화로 인해 러시아의
이 가운데 러시아와 전통적인 선린우호 관계를
해외 군사력 투사 능력에 제약이 발생할 경우, 소
유지해 왔으며 러시아의 대미․대중국 레버리지라
위‘군사 외교(military diplomacy)’차원에서 다양
할 수 있는 인도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될 것으로
한 방식의 군사력 투사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강화
보인다. 다만, 양국 협력의 가장 큰 기초인 러시아
시켜온 지역들에서 러시아의 세력이 위축되는 상
의 대인도 무기 수출이 금번 전쟁의 여파로 인해
황이 발생할 수 있다.
차질을 빚게 된다면 이는 양국관계에 도전요인이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하여 러시아의
될 수 있다.
“합리적 안보 우려”를 존중한다고 언급하면서도
2022년 11월 초 모스크바를 방문한 수브라마냠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하지 않았고 대러 경제
자이샨카르(S. Jaishankar) 인도 외무장관이 러시아
제재도 준수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대미 전선의 핵
와의 현대 무기 공동생산을 포함한 군사기술 협력
심 파트너인 러시아가 금번 전쟁으로 심대하게 약
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힌바, 향후 이의 실현 여부
화될 경우 중국도 이를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나,
와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또한 동 방문에서 인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도 측은 ‘러시아를 검증된 파트너’라고 전제하
중국의 정치적 지지와 경제적 지원을 최대한 이
면서, 러시아 원유의 구매 지속 의사를 확인했고
끌어 내야 하는 러시아로서는 에너지, 군사기술,
러시아와의 무역 관계 확대 및 원자력과 우주 분
북극 개발과 같은 자국의 핵심이익에서 일정한 양
야에서의 협력 계획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황이
보를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러시아에 불리하게 진행되던 시기에 동 방문이 이
한편, 20차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習近平)의 3연
루어졌음을 고려할 때, 인도 역시 자국의 대미․대
임 구도가 확정된 이후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
중국 레버리지로서 러시아를 중시할 것으로 전망
은 ‘러시아의 전략적 발전 목표’에 대한 지지를
되는바, 향후 러․인 관계의 전개 양상이 주목된다.
포함하여 “두 나라의 발전을 막으려는 어떤 시도
한편, 금번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
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지지
단안보조약기구(CSTO: Collective Security Treaty
를 확인했다. 12월 30일 중․러 정상 간 화상회담에
Organization)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을 경우, 러시
서도 시진핑은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강조했다.
아의 가장 중요한 세력권인 중앙아시아 내에서 안
중․러의 전략적 협력이 푸틴이 제안한 것과 같이 한
보 리더로서 러시아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특
차원 높은 군사 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
히, 2021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이슬람
수이나,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지속되는 한 중․러
극단주의 전파 가능성이라는 안보 위협을 현실적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으로 느끼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가
중․러의 SCO와 같이 양국이 주도하는 다자 기구
제대로 된 역내 안보 리더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
들을 통해, 그리고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의 협력
할 경우 대중국 의존 경향을 드러낼 수 있다. 이는
틀 구축을 통해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항하는 진영
중‧러가 그동안 경쟁과 협력이라는 나름의 공생 틀
확대에 진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러시아 내
을 성공적으로 유지해왔다고 자평해온 중앙아시아
전문가들이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외교적 도전과
에서의 양국 관계에도 도전요인이 될 수 있다.
2023 러시아 정세 전망 4
이 가운데 러시아계가 다수 거주하고 있는 카자
2024년 다섯 번째 임기에 도전하는 푸틴과 집권
흐스탄을 둘러싸고 중․러 간의 미묘한 긴장이 조성
세력은 경제적 성과나 대외적 위상 제고와 같은
될 수 있다. 9월 14일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시진핑
업적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술한 위
주석이 “국제적인 상황이 어떻게 바뀌든 중국은
기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푸틴
카자흐스탄의 독립과 주권, 영토적 온전성 수호 등
의 재출마 분위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을 강력히 지지할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러
내년 대선에서 푸틴이 후계자에게 권좌를 물려
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카자흐스탄의 영토 수호에
주고자 한다면 후계자가 선거를 준비할 시간을 확
대한 ‘중국의 지지’라고 해석되기도 했다. 이는
보하기 위해 푸틴은 올해 후계자를 지명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러시아 사회 각 부분에 미
내 안보 리더십 약화가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연
치고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경우에도 푸틴이 재출
쇄 효과의 징조라고도 보이는바, 중앙아시아 내 영
마를 선언할 것인지가 관건인데, ▲향후 전개될 전
향력 유지 문제는 향후 러시아 대외 정책의 핵심
황 및 경제 상황, ▲집권 엘리트 내 분열 여부, ▲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국민들의 푸틴에 대한 지지가 중요한 변수
2022년 11월 20일 대선을 통해 재집권에 성공한
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자흐스탄의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전술한 바와 같이, 전황은 금년 봄 이후가 또 하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서 어떠한 대외 정
나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 상황은 1
책을 표방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년 여간 지속되어 온 서방의 러시아 경제 붕괴설
한편,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러시아의 역외 무기
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공공영역 근로자 임금 및
수출에 지장이 발생할 경우, 이는 그동안 다양한
연금 수령자에 대한 연금 지급에는 문제가 없어
형태의 군사력 투사를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
보인다. 향후 러시아 정부가 악화되어 가는 경제
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무기 수출 이익을 증대해
지표를 관리하고 돌파구를 찾는 데 이내 한계가
온 러시아의 대외 정책에 또 하나의 도전적 요소
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나, 오랜 기간 내핍 경제
가 될 수 있다.
에 익숙한 러시아 경제가 당분간은 버틸 것이라는
2023년 서방과의 관계 회복이 상당 기간 요원해
전망도 다대하다.
진 러시아는 대외 관계에서 중국과 인도 외에도
서방 내에서는 금번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 엘리
G20 회원국이면서 제재에 불참한 인도네시아, 멕
트 내 분열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러시
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
아 내 강경파들이 11월 헤르손 철수 결정에 대해
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하여 이란, 베네수엘라
자국 군인 보호를 위한 합리적 조치로 인정하고
와 같이 소위 ‘나머지 세계’와의 협력을 다각화하
‘어려운 결정’을 늦지 않게 내린 군 수뇌부를
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칭찬한 모습 등은 아직 러시아 집권세력 내 분열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4. 푸틴의 2024년 대권가도에서의
전황, 경제적 상황, 엘리트 및 민심 변수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2023년 러시아는 권력 장
기화에 따른 국민 피로감, 제재 영향의 가시화, 전
황 및 강제 동원으로 인한 민심 동요와 같은 난제
들에 직면할 것이며, 푸틴은 강한 내부 통제를 통
해 위기를 관리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불구하고 향후 러시아 국내 정치에는 ▲동원된 군
인 사망자 수 증가, ▲추가 동원령 가능성으로 인
한 민심 동요, ▲제재 효과의 가시화로 인한 민생
경제 악화 같은 위기적 변수들이 적지 않다.
향후 러시아 내부 상황이 악화될 경우 시민 사회
의 반발과 대규모 시위사태 발생도 배제할 수 없으
나, 야권 지도자가 없고 자유 성향의 시민단체가 상
당 부분 와해된 상황에서 정권을 위협할 정도의 조
직화된 반정부 운동이 전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2023 러시아 정세 전망 5
반면, 러시아 국민들은 국가가 외부 세계와 충돌하
전황이 심각하게 불리해질 경우, 미국을 압박할 수
거나 국가 위기적 국면에 직면했을 때 지도자를 중심
단으로서 러시아가 대북 군사기술 지원을 고려할
으로 단결하며 ‘안전과 안정’을 우선적으로 추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향후 러시아 사회가 대내외
한편, 2022년 8월 일본 기업들이 사할린II 생산
적으로 유례없는 위기와 갈등을 맞게 될 경우에도 이
가스의 구매 의사를 밝히고 일본 종합상사 미쓰이
러한 러시아 국민들의 특성이 발현될지 주목된다.
(Mitsui)와 미쓰비시(Mitsubishi)가 사할린II 러시아
합작 법인에 대해 각각 12.5%, 10% 지분의 유지를
5. 북․러 밀착과 한․러 관계 위기 속
러시아의 동북아 전략 주목
러시아는 남북 간 균형 외교를 표방하면서도 실
제로는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해 왔다. 또한 과거
러시아는 남북관계의 건설적 중재자 역할을 자임
하면서 한반도의 비핵화 지지 입장을 견지해 왔으
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의 대한반도
전략의 기본 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 이것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
북한은 미‧중, 미‧러 간 갈등이 표면화되는 현 상
황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밀
착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과 러시아
는 부정하고 있으나, 미국과 나토는 북한이 러시아
에 로켓, 미사일 및 포탄 제공과 같은 군사적 지원
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23년 1월 서방의 우크
라이나에 대한 전차 제공 발표에 대해 김여정이
직접 나서 이를 서방의 ‘대리전’이라며 강한 어
조로 규탄하고 러시아와 ‘한 참호에 있을 것’이
라며 러시아와의 공조 의사를 표명했다.
가장 우려되는 북․러 관계 강화 양상은 푸틴이 직
접 그 가능성을 언급한 바와 같이 북․러 간 군사 협
력이다. 그 중에서도 러시아가 북한의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기술 완성을 지원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게도
신청한 것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이를 승인했다.
이는 러시아가 자국 내 모든 핵심 에너지 사업을
중국에 몰아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
켜 준 것이면서 동시에 일본도 국익 차원에서의
에너지원 다각화라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바, 일본의 강한 대러시아 규탄 레토릭과는
대비되는 실용적인 접근과 관련 동향도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국의 대러 제재 동참 결정에 대해 러시
아는 한국을 비우호국 명단에 포함시키는 방식으
로 대응했으나, 한․러 간 무비자 협정은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및 탄약 공
급 결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한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한 2022년 발다이 클럽(Valdai
Club) 발언에서도 푸틴은 현재의 한․러 관계를
‘좋은 관계’로 전제했다. 이는 러시아의 대중 관
계의 지렛대 차원에서도 러시아가 동북아 내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모든 연결고리를 스스로 단
절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따라서 러시아
가 한국 내 대러 반감을 높일 수 있는 지나친 압박
수단을 사용하는 행위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다
만, 한국의 폴란드 무기 수출이나 대미 포탄 수출
문제는 러시아의 전세가 불리해질 경우 한․러 관계
에 상당히 불편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편집: 김 자 용 연구원]
이 문건은 집필자의 견해를 바탕으로 ‘열린 외교’의 구현과 외교 정책
수립을 위한 참고 자료로 작성된 것으로서 외교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북한은 통제가 쉽지 않은 파트너인바, 러시아는 북
한에 대한 고도의 군사기술 지원 결정에 대해 신
중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 지원에 힘입은 우크라이나의 공세로 러시아의
외교부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2572 (서초2동 1376-2) 우)06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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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러시아 정세 전망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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