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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책임제 개헌의 실현 가능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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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책임제 개헌의 실현 가능성에 대하여
1. 개요
6월 민주 항쟁을 계기로 9차 개헌이 단행된 이후,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5년 단임
의 대통령제를 정부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제기되는 대통령제의 한계
는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까지 만들었고, 여러 정부 형태를 제안하는 개헌안이 제
출되었다. 그 중 내각책임제는 현 정부와 성격 상 가장 거리가 먼 만큼 논란과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내각책임제라는 한국 국민에게는 다소 생소한 정부 개념
을 소개하고, 한국 역사 속에 등장한 내각책임제를 알아본다. 그리고 한국의 현 상황을
분석함으로써 내각책임제가 한국 정치 사회에서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탐구한
다. 더 나아가 내각책임제를 실현한다면 어떠한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독자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내각책임제
내각책임제(內閣責任制)에서는 의원들이 내각을 구성하고 집행부의 역할을 수행
한다. 권력체계 아래 집행부와 입법부가 이원적으로 구성이 되어있는 권력 융합의 형태
를 띠며, 국가원수와 행정부의 수반이 공존한다. 이 체제에서 의회는 국민의 대표로서 정
부의 구성원을 선출하는데,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한 당에서 총리(또는 수상)을 선출하거
나 정당 사이의 연립을 통해 총리가 선출되기도 한다. 선출된 총리는 내각을 구성하고,
내각은 정부의 정책과 행정 업무를 감독하고 지원한다.
내각책임제는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내각책임제는 의회와 정부가 긴
밀한 관계를 형성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대통령제와 달리 의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
하여 국가의 정부 구성원을 선출하고, 정부의 정책과 행정 업무를 검토하며 감독한다. 둘
째, 내각책임제는 책임과 투명성을 강조한다. 내각책임제에서는 의원이 행정부의 장관을
겸직하기도 한다. 이러한 권력융합의 결과로써 행정부 각료는 의회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게 되고, 대통령제에서는 분립된 권력의 영향으로 책임과 투명성이 더욱 강조된다.
셋째, 내각책임제는 다양한 이익을 조화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가진다. 내각책임제에서는
입법 활동에 참여하는 다양한 정당들이 집행부를 구성하기도 한다. 또한 협의정치의 성
격이 강조되는만큼 소수정당의 정치적 참여도를 성장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내각책임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체택되고 있으나, 나라별로 그 구조와 운영 방
식에 차이가 있다. 영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으며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이 대표적이다. 마찬가지로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등이 있다. 이러한 나라들의 경우,
초기에는 영국의 영향력을 많이 받았으며 이후에 각 나라별로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영국은 내각책임제를 가장 오랫동안 적용한 나라이다. 7세기 말부터 18세기 초까
지 영국에서는 국왕이 임명한 총리가 의원으로서 의회에 출석하고 정부를 이끌었다. 이
후 점차적으로 의회의 권력과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웨스트민스터 체제(Westminster
system)가 형성되었다. 영국의 국회는 양원제로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원은
주로 상속에 의해 이어지는 귀족과 수도승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정치적인 힘보다
는 조언과 검토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원은 직접 선거를 통해서 선출된 의원들로 구성
되어있으며, 국민의 의사를 대표한다. 영국의 총리는 하원에서 다수파로 선출되며 국왕
또는 여왕의 임명을 받는다. 총리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결정하고 국가를 대표한다. 또
한, 총리는 국왕 또는 여왕에게 보고하고 국회의 지지를 받아 정부를 운영한다.
독일도 내각책임제를 채택한 국가 중 하나다. 독일의 내각책임제는 연방의회 공
화국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회의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독일 내각은 총리를
포함한 여러 장관으로 구성되며, 현재 15명의 장관으로 구성 되어있다. 독일 연방의회는
연방하원(Bundestag) 와 연방상원(Bundesrat)로 나누어져 있다. 연방하원은 직접선거로
선출되며, 하원에서 총리를 임명한다.
일본은 단일 의회 입헌 군주제로 내각책임제 제도를 체택하는 국가이다. 입법권
한은 직접선거로 선출되고 양원으로 구성된 국회에 있다. 일본은 단일 국가로 47개 행정
부처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는 천황이 국가원수의 역할을 맡지만 실질적인 권력
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며, 국무장관과 총리로 구성된 내각이 정부를 지휘하고 통제한다.
내각은 행정권을 가지고 있으며, 정부 수반인 총리가 구성한다. 총리는 국회에서 지명하
고 천황이 임명한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의회정부(parliament government)라는 독특한 정치제도
를 공유하고 있다. 이 체제는 입법부와 집행부 간의 상호의존을 갖추고 있으며 권력의
융합을 통한 정부의 효율성을 목표로 한다. 유럽의 내각책임제에서는 정부 수상이 국민
의 직접선거로 선출되지 않고, 의회에서 선출된다. 일부 국가에서는 공식적인 선발 절차
를 거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하원이 총리선발을 위한 투표를 실시한다. 영국
에서는 의회 과반수 정당의 수장이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관례이다.
전 세계에는 다양한 내각책임제가 존재한다. 앞서 설명한 웨스트민스터 시스템은
영국 의회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체제이다. 의회의 역할,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권력융합,
의회 다수당 또는 연립정부가 구성하는 정부를 강조한다. 합의제 의회 시스템은 네덜란
드와 스위스에서 적용되는 체제이며 광범위한 대표성과 포용성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통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여러 정당 간의 권력 공유를 장려한다. 이원집
정부제에서는 별도로 선출된 대통령과 정부 구성을 담당하는 의회가 있는 이중 행정 구
조가 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와 러시아가 이 체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국가원
수로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총리와 내각은 의회에 책임을 진다. 연방 의회제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또는 주 정부 간의 권력 분담을 한다. 독일, 호주, 캐나다는 연방 의회
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앙 정부는 의회제 하에서 운영되며, 지방 정부는 자체적인 의회
구조를 가질 수 있다. 각 제도에는 고유한 특징이 있으며 해당 제도가 시행되는 국가의
정치적, 역사적 맥락을 반영한다.
대통령제는 분립된 권력과 균형을 갖추는 경향이 있으며, 내각책임제에서는 내각
이 의회의 지지를 받아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력이 융합되어 정책의 효율성이 높다. 대통
령제에서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교착
상태’에 놓이게 된다. 내각책임제에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같은 정당에 의하여 지배되기
때문에 교착상태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대통령중심제에서는 ‘고정된 임기의 경직성’이
주어지지만 의원내각제에서는 정해진 임기가 없다. 따라서 의원내각제에서는 비정기적인
선거를 통하여 수상을 선임하거나 ‘파직’시킬 수 있으며 ‘불신임 투표’를 통하여 정치적
변화와 재편성에 대하여 좀 더 융통성을 가진다. 또한, 대통령제는 승자독식 원칙에 따라
대통령과 그 정당만이 승리하고 나머지는 기회를 잃는 반면, 의원내각제에서는 다수 정
당과의 연합이 필요하여 협상과 타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3. 내각책임제와 한국역사
현재 대한민국은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체택하고 있지만, 헌법 상 내각제적 요
소를 반영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대표적으로 국무총리제를 통해 한국 헌번의 내각제적
요소를 확인할 수 있는데, 내각책임제와 연관된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적 사건에 대해 알
아보면서 내각책임제와 대한민국의 연결성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먼저, 역사 속에서 임시정부와 내각책임제는 밀접하게 연관성을 가진다. 임시정
부는 여러 차례의 개헌을 거쳤고, 그 과정 속에서 내각책임제는 주류 정부형태로 채택되
었다. 임시정부는 일제 강점기인 1919년 3.1 독립운동 이후에 결성된 대한민국 재건을
위한 정부였다. 임시정부의 목적은 대한민국의 독립과 국가적 자주권 회복이었다. 이때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부형태로 내각책임제를 도입했다. 여기서 내각책임제
는 국무총리와 내각원들이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원칙으로, 민주주의와 국가 발
전을 위한 핵심 원칙으로 채택되었다. 임시정부에서 내각책임제는 국무총리와 내각원들
이 독립운동과 재건을 위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 경
험이 대한민국 정치 체제의 기반이 되어,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기에서 내각책임제의 중
요성과 유용성이 확인할 기회가 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시기에 내각책임제의 효과를
인정한 민주주의 지식인들은 대한민국 재건 이후에도 내각책임제를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로 결정했다. 따라서, 대한민국 헌법에 내각책임제가 포함되어 국무총리와 내각원들이 대
통령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제도로서 정착되었다.
내각책임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관련이 있다.. 김대중 정권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김대중을 대통령으로 활동한 정부이다. 김대중 정부는 민주주의와 평화, 경
제 발전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였다. 이를 위해 김대중 대통령은 내각 책
임제를 활용하여 정부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자 했다. 김대중 정부는 국무총리와
내각원들에게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여 대통령 중심 체제에서 조금씩 내각 책임
제로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김대중정부는 내각책임제를 통한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과 효
과적인 정부 운영을 목표로 했다.
제2공화국은 1960년 4.19혁명을 통해 성립된 대한민국의 임시 정부였다. 이때 제
2공화국은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제를 탈피하고 내각 책임제를 도입하는 방
향으로 정치 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시도로서 등장했다. 제2공화국은 국무총리가 중요
한 역할을 맡았으며, 내각원들과의 협력과 책임 공유를 통해 정부 운영을 이끌었다. 이는
제2공화국 시기에 내각책임제의 기본 원리를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되었다. 제2
공화국에서의 내각책임제 도입은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내각원들의 책임과 역할 강화
는 효율적인 정부 운영을 도모하고 정부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제2공화국
은 짧은 기간 동안만 존속하였고, 이후에는 내각책임제를 포기하고 대통령 중심 체제로
전환되었다. 이는 내각책임제의 한계와 대한민국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른 선택이었다.
한국 내각책임제는 대한민국의 정치 체제로서 국무총리와 내각원들이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제도이며 이는 임시정부, 김대중 정부, 제 2공화국과 같은 역사적 사건
과 시기와도 연결되어 있다. 임시정부는 내각책임제를 확립한 초기 예시이며, 김대중 정
부는 내각책임제의 발전과 효과적인 운영을 시도한 사례이다. 제 2공화국은 대한민국 내
각책임제의 전환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국은 헌법상
으로는 대통령제이지만 이러한 역사를 통해 내각책임제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내각책임제적 요소는 국무총리 임명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하고 국무총리
제도, 국무회의 제도가 있으며 국회의 국무총리, 국무위원 해임 건의권,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그리고 국무총리, 국무위원, 정부위원의 국회 출석 발언권. 그리고 국회의원과 총
리 및 국무위원 겸직 가능의 특징이 있다.
4. 각계 입장 및 현 상황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현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리며 비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과 그
것을 가능하게 제도적 문제가 비판의 중심이 되고 있다. 게다가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불평등, 빈부격차, 높은 자살율 등을 통해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 한
국 정치의 실상이라고 보는 관점도 많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정신인 국민이 국가의 주인
됨을 다시금 강조하며 민주주의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5년 단임제를
대체할 여러 정부형태가 제안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 보고서의 주제인 내각
책임제이다. 그 외에도 대통령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책임총리제 등이 있다. 사실 현제
한국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권력구조 개편에만 있진 않다. 선거구조
와 정당정치의 활성화 등 다른 노선을 통해 문제 해결을 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보고
서에서는 권력구조 및 정부형태의 개편에 대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그 중 내각
책임제에 초점을 둔다.
내각책임제는 의회와 집행부의 권력이 융합하는 형태로 현재 삼권분립의 원리로
운영되는 한국의 정부와는 반대의 성격을 갖는다. 의회 안에서 내각, 즉 집행부를 구성하
고 내각 안에서 수상 또는 총리라고 불리는 내각의 지도자가 선출된다. 따라서 대통령
직선제를 체택한 한국에서 간접적으로 국가 살림의 지도자를 뽑는 내각책임제는 익숙하
지 않은 개념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각책임제 개헌안에 대한 제안은 계속
되어 왔다. 대표적인 예를 전 국회의장(정세균, 박병석 등)의 제헌절 경축식 연설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내각책임제에 대한 반응은 사회의 각 분야마다 다른 입장을 표
하고 있다. 여기서는 이분법적인 틀을 사용해 찬성과 반대의 입장으로 나누어 살펴보려
고 한다.
내각책임제를 찬성하는 입장의 주장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비판과 민주주의의 성숙화에 대한 요구이다. 그리고 내각책임제의 장점을 강
조하며 주장을 뒷받침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승자독식이라는 프레이밍을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한 명만을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의 특징 상 선거의 경쟁 양상은 과열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5년 단임이라는 제도는 그 경쟁을 더 부추길 뿐더러 정치적 양극화까
지 초래한다. 정당은 권력을 얻기 위한 기회주의적인 선거정당으로 변질되고, 정치적 활
동이 권력 쟁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전 정권의 비판이 정당의 이념적 토대가
된다. 정당의 이념이라고 하기엔 사실 실속이 없는 허울에 불과하다. 권력 경쟁은 여야갈
등을 심화시키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적폐청산이다. 정권이 바뀌고 새 정부가 들어서
면 꼭 거치는 절차가 바로 전 정부에 대한 비판과 처벌이다. 여야가 권력에 잠식되면서
정치적 양극화는 심화되었고, 그 결과는 다원적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협력의 감소로
표출된다. 여야갈등이 강화된 상황에서 분점정부까지 이어진다면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다. 분점정부란 집행부의 다수당과 의회의 다수당이 일치하지 않는 것을 의미
한다. 집행부와 의회 사이의 적대감이 교착상태에 까지 이르는 것이다. 의회가 집행부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법률안을 제출하거나, 위임주의적 자세를 가진 대
통령이 비타협적으로 의회의 법률안을 거부하거나 의회를 무시할 수도 있다.
단임 대통령제의 책임성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제는 흔히 책임성이 강
한 정부형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5년 단임이라는 특징 때문에 오히려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성이 약화되는 상황을 볼 수 있다. 유권자가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책임을 묻기가 어렵고,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대해 연임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도 없다. 이 책임성의 문제가 위임주의와 맞물리면서 상황은 악화된다. 대통령의 권한
은 정당화되고 강화되지만, 정작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마땅히 취해야할 역할은 줄어드
는 것이다. 대통령 집권 말기에 보이는 레임덕 현상은 대통령의 책임성의 문제로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내각책임제는 권력구조가 대통령제에 비해 유연하고, 이 유연성에 기
인한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 대통령제는 대부분 대통령이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 임
기가 보장된다. 하지만 내각책임제는 내각불신임을 통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
개각하여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내각은 의회해산을 통해 쉽게 권력
의 재편성을 할 수 있다. 권력구조의 유연함이 안정성의 문제로 비판받고 있지만, 건설적
내각불신임, 건설적 의회해산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의회와 집행부가 융합된 형
태인 만큼 협력이 중시된다. 이를 통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내각책임제는 국민에 대한 책임성의 부재로 비판을 받지만, 대통령제에 비해 수
평적인 권력구조가 다양한 계층의 요구를 반영하기에 적절하고 내각과 의회를 재편성 할
때 여론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측 입장에는 주로 한국의 정치 환경에 있어서 내각책임제는 실현 불가능하
다는 의견이 많았다. 먼저 대통령제는 국민이 주도한 민주화 운동을 통해 얻은 결실이므
로 현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내각책임제 개헌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 비민주적
인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는 한국에서
내각책임제는 한국이 감당하는 과제를 완수하지 못한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통해 강한 리더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책임성의 문
제 또한 제기된다. 간접선거를 통한 내각 형성으로 국가 권력에 대한 국민의 견제가 어
려워진다. 그리고 내각책임제는 의회가 중심이 되는 정부형태인데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
수준이 내각책임제를 실현하기 할 수 있을 수준까지 이르지 않았다. 강한 정파성, 공공성
의 부족, 합의정치의 부재 등 이미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이 많은 상황에서 내각책임제를
실현한다면 국회의 단점을 부각할 뿐아니라 혼란 또한 야기할 것이다.
각 나라마다 다양한 정부형태를 체택하고 있고,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다. 따라
서 특정 정부형태가 옳다, 그르다의 논의보다는 각 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적 환경을 분
석하고 어떻게 하면 단점은 최소화시키고 장점은 더 부각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앞서 살펴본 여러 입장들을 통해 내각책임제의 장단점을 살펴보았다. 하지
만 장단점에서 끝나지 않고 한국의 현 상황과 한국 사회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며 내각책
임제 실현가능성을 알아보려고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중점적으로 지역주의, 정당정치
등을 알아보며 내각책임제를 통한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로 이어나가 볼 것이다.
민주주의의 퇴행이란, 민주적으로 집권한 지도자가 합법한 절차를 거쳐 국가의
민주적 요소와 절차, 원칙 등을 서서히 잠식하는 것을 말한다. 민주주의의 퇴행을 일으키
는 조건에는 강한 당파성과 정치적 양극화가 있다. 강한 당파성은 상대 정당에 대한 적
대감을 드러내는 부정적 당파성을 야기하기도 한다. 퇴행이 일어나기 위한 조건이 아니
라 강한 당파성과 정치적 양극화가 민주주의 퇴행을 일으키기에 좋은 배경이 된다는 것
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의 퇴행이 시작된 국가의 특징에는 집행부의 권력 증대, 야당 괴롭
히기, 선거 방해하기 등이 있다.
한국의 경우에도 민주주의의 퇴행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관점이 많다. 당파적 정
당이 강화되면서 민주의식보다 당파적 이익이 우선되고, 다른 정당을 악마화
(demonizing)하면서 당파성에 현혹된 국민들이 비민주적 지도자를 지지하게 만든다. 강
한 당파성과 정치적 양극화가 승자독식구조에서 비롯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제로섬 게임
의 선거는 권력 공유 및 협력이 일어나지 않고, 전 정권과 반대되는 정책을 제시함으로
써 정권의 교체로 인한 국정운영 공백의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 또한 강성지지층의 영향
력이 강해지면서 정당이 그 영향력 아래에 포획되는 양상이 보이기도 한다. 시행령 정치
등 삼권분립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마찬가지로 지역주의도 한국
사회가 마주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지리적 이동성이 강화되고, 사회 변동과 세대 변화로
인해 지역주의 보다는 이념 또는 세대 갈등에서 벌어지는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
다. 이렇게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국 사회에서 효율적이고 효과
적으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5. 실현가능성
현재 우리나라에서 내각책제를 실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대통령제를 오랫
동안 유지해온 대한민국이 의원내각제를 채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
다. 하지만 선진국 대부분이 내각책임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세계적 수준에서 선진국의
범위에 드는 대한민국도 내각책임제를 고려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나
라의 정당도 보수와 진보, 즉 양당제의 성격을 띠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양쪽 정당간의
정책대결의 성패에 따른 정권교체가 쉽게 이루어짐으로써 책임정치가 구현되기 쉬운, 내
각책임제를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통령제가 미국처럼 완전한 대통령제의 성격을 띠기 보다는 내각책임제의 요소도 어느
정도 가미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국회의원이 집행부의 구성원인 국무위원을 겸
직할 수 있고, 정부에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등 틀 자체는 대통
령제이지만 의원내각제의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몇 가지
여건만 형성한다면 우리나라 또한 내각책임제 도입의 실현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대통령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것이
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상황의 독일은 내각책임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여기서
중요한 성공 요인은 내각책임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내각책임제를 무작정
따라한 것이 아닌 독일의 실정에 맞게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또한 만약 독일의
내각책임제를 모방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역사와 실정을 반영하여 대한민국만의 내각책임
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내각책임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을 보면 의원내각제에서 정당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당을 매개로 의회의 다수가 형성될 뿐만 아
니라 이를 통해 집행부, 즉 내각의 구성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례대
표제의 확대를 핵심으로 한 선거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처럼 인물중심적인 선
거보다 정당을 매개로 당선이 결정되는 비례대표제가 정당제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구 의원수와 동일한 수의 비례대표의원으로 의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비례대표의 확대는 당내의 민주주의가 전제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비례대표 의원
후보명단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각책임제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정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당은 내각책임
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정당정치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수당이 두 개
이상 존재해야 한다. 내각책임제는 정권교체가 잦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 정도를 제한하
더라도 내각책임제는 기본적으로 의회와 내각의 견제와 불신임권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
에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내각을 구성해 국가를 이끌어 나갈 능력이 있는 야당이 존재해
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또한 진보와 보수로 두 개의 거대정당이 존재한다. 이는 내각책
임제를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어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으며 내각책임제를 실시
하더라도 내각의 원활한 교체는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거
대정당을 제외하고도 다른 소수정당이 다수 존재할 경우에는 정당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서술한 것과 같이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되 5퍼센트 미만의 득표율을
얻은 정당은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 정당 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고 생각된다.
내각책임제에서 정세 분란이 잦은 이유는 내각을 구성하는 다수파와 그렇지 않
은 의회의 나머지 파들이 끊임없이 견제하고 경쟁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견제와 권
력의 분립이 민주주의를 잘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이기는 하지만, 내각에 대한 의회의 불
신임권과 내각의 의회해산권이 빈번하게 행사될 경우에는 국가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내각불신임권과 의회해산권은 매우 생소한 개념이다. 내각책임제를
실시하는 독일의 경우 양당제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의회가 연방의회와 연방참사원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독일은 내각과 의회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조기에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상의 신임 투표요구권과 그와 결부된 긴급입법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의 경우
군주제를 통해 왕이 거중조절을 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내각책임제
를 도입할 경우 의회와 내각 사이의 갈등을 조정할 해결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의 대다수는 상징적 국가원수로 왕을 두고
있다. 그 이유는 의원내각제로 인한 정세불안을 왕을 비롯한 국가원수의 존재가 정치를
안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원수의 존재는 국가의 신뢰와 권위를 나타내고 외교
와도 관련이 있어 매우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국민 통합과 정체성 또한 확보할 수 있어
실제 권력과는 무관하게 왕정제도를 같이 실시하는 나라가 많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과거의 왕정제도를 다시 복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100여년이 넘는 세월동
안 사실상 왕가는 소멸되었고, 그동안 형성된 국민들의 왕정은 생소한 개념이 되었고 역
사를 통해 얻은 부정적 인식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에따라 독일과 같이 연
방대통령을 국가원수로 지정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에 더 적합할 것이다.
재적의원 과반수를 얻은 자가 임기 5년의 연방대통령으로 선출된다(독일기본법
제54조).
연방대통령의 명령이나 처분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연방수상이나 주무 연방장관
의 부서(Gegenzeichnung)가 필요하다(독일기본법 제58조).
연방대통령은 국제법적으로 국가를 대표하고, 외국과 조약을 체결하며, 외교사절
을 신임하고 접수한다(독일기본법 제59조 제1항).
이 밖에도 독일에서는 연방대통령은 정치적 결정자가 아닌 상징적 국가원수로서의 위치
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 법에서 잘 드러나 있다. 대한민국 또한 내각책임제 실시 시
에는 국가원수의 지정은 필수적이며, 그에 대한 방안으로 영국이나 일본의 군주제를 모
방하기 보다는 우리나라와 같이 왕정이 단절되었던 역사를 가진 독일의 연방대통령제를
도입하고 그에 맞게 헌법을 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볼 수 있다.
6. 결론
현실적으로 당장 대통령제에서 한순간에 의원내각제로 바뀌기엔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내각책임제 논의가 시작된 근본적 원인인 대통령제에 대한 불만과 문제를 해결
하는 것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일 것이다.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제의 가장 큰 차이
는 한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지 아닌지이다. 따라서 점차적으로 내각책임제를 위
한 여건을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
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력은 삭제하고 권력을 분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내각책임제
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낯섦 또한 극복할 문제이다. 이렇게 차츰 민주주의 인식을 발
전시키고 대통령제보단 내각책임제에 맞는 여건을 성숙해간다면 대한민국에서의 의원내
각제도 기대해볼 수 있다.
권력제도의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 한국의 정치환경은 비교
적 안정적이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를 통해 내각책임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어떠한 계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가장 이상적인 계기는 한국의
통일이며, 통일과 정부형태의 변화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다. 내각책임제의 협력 정치
적 성격은 통일된 한국이 추구해야할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내각책임제를 정부형태로
채택한 나라의 대부분이 양원제를 병행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만약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양원제의 실현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통일 직후 남북의 이해관계를 모두 반영하기 위해
서는 양원제를 통해 의회 안 의사소통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와 정당
제도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결과적으로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환경이 내각
책임제를 실현하기에 가진 한계들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서 소개한 독일의
선례를 참고하여 통일한국만의 내각책임제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1. 논문 및 저널
한국에서 의원내각제 - 이원일 (2018)
대통령제의 대안으로서의 의원내각제 - 장영수
一波 嚴恒燮의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활동 - 김윤미
정부개혁은 민주주의를 담보하는가? - 이병량
한국에 있어서의 의원내각제 도입에 대한 적실성 연구 - 배찬복
내각제 반대하는 다섯가지 이유 - 유팔무
민주주의 질적 심화의 관점에서 본 권력구조 개편 - 김용철
20대 대통령 선거와 지역주의의 변화와 지속 - 이재묵
한국 민주주의와 정당정치 활성화 - 나종만
한국의 민주주의 퇴행 - 권혁용
2. 인터넷 자료
https://study.com/learn/lesson/bundestag-bundesrat-legislative-branch-germany.html
https://www.tatsachen-ueber-deutschland.de/en/politics-germany/political-system
https://www.britannica.com/place/Japan/Government-and-society
https://www.good21.net/issuepaper/?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
WxsIjt9&bmode=view&idx=1716765&t=board
https://www.archives.go.kr/next/search/listSubjectDescription.do?id=001466&pageFlag=&
sitePage=
https://youtu.be/azHx4YHS2Yk
https://youtu.be/UtOhi6X0JfE
https://youtu.be/TYELZ0xhTFc
https://youtu.be/D-x1ZiZW_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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