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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흔들리는 개념 방송학보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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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흔들리는 개념
Media: A shaky concept
저자
(Authors)
김용찬
Yong-Chan Kim
출처
(Source)
한국방송학보 34(6), 2020.11, 115-150 (36 pages)
발행처
(Publisher)
한국방송학회
Korean Association for Broarding & Telecommunication
URL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0494582
APA Style
김용찬 (2020). 미디어, 흔들리는 개념. 한국방송학보, 34(6), 115-150.
이용정보
(Accessed)
학
165. .14.104
2020/12/06 08:29 (KST)
Korean Journal of Broadcasting and Telecommunication Studies 34(6), 2020.11, 115-150
(36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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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흔들리는 개념
김용찬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이 글의 목적은 20세기 산물인 ‘미디어’의 개념을 미디어 연구자들이 20세기에 걸쳐 어떤 방식으
로 사용해 왔는지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그 개념의 용법을 어떻게 확대시켜 왔는지를 비판적으
로 논한 뒤, ‘미디어’ 개념의 이론화를 어떤 방향으로 진행시켜 나갈지에 대해 제안하는 것이다. 20
세기는 그야말로 미디어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에 미디어에 대해 학문적 문제화가 이
루어지기 시작했고, 연구자들이 미디어의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세기 전반
부에 구축된 매스미디어 시대를 지나서 20세기 후반부부터 미디어는 ‘매스’의 틀을 떠나 독자적 의
미화의 대상이 되었다. 다른 것들의 ‘사이’에 있던 미디어가 이제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런
경향 속에서 현대 사회의 모든 것이 미디어에 포섭되고, 매개되고, 심지어는 미디어와 관련 없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런 맥락을 염두에 두면서 나는 이 글에
서 지난 약 100여 년 동안 축적된 미디어 개념에 대한 이해들을 토대로 이제 미디어의 다층성, 다
면성, 다차원성을 개념화하는 새로운 이론들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나는 그
러한 개념화와 이론 구축의 재료로 쓸 수 있는 다차원적 미디어의 다섯 요소(도구, 내용, 제도, 사
람, 공간)를 제시하고, 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였다. 그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미디어를 인프라
로 파악하는 새로운 미디어 연구 접근 방식의 필요성에 대해 제안하였다.
핵심어: 미디어, 매스미디어, 인프라로서의 미디어, 포스트매스미디어
* yongck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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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칼 폰 린네에 의해 인류는 18세기 말에 호모사피엔스라는 학명을 부여받았다. 물
론 이 학명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인류는 지구상에서 30만 년 이상 살아왔다. 학
명이 인류를 탄생시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사실 호모
사피엔스라는 말 자체도 18세기의 산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과 ‘현명함’이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호모’와 ‘사피엔스’를 합성한 말이다. 호모사피엔스라는 학명,
인류가 살아 온 수십만 년의 역사, 호모사피엔스라는 말의 라틴어 유래 등을 생각
하며, 우리가 주목할 점이 있다. 인류를 호모사피엔스로 묶는 학명 체계가 만들어
진 시점과,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시점과, 인류를 부르는 이름 안에 들어있는 말들
(호모, 사피엔스) 자체가 만들어진 시점 사이에 흥미로운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사
실이다.
이 글의 주제인 ‘미디어’를 둘러싸고도 비슷한 종류의 불일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미디어는 인류가 이 땅에 출현해서 커뮤니케이션이라 분류할 수 있는
행위를 시작하면서부터 늘 있어왔다. 하지만 특정한 유형의 물체와, 경험과, 현상
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서 ‘미디어’란 말로 부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
이다. 특히 그것을 학문의 주제로 삼기 시작한 것은 한 세기 정도 밖에 되지 않았
다. 그렇다고 해서 미디어란 말 자체가 최근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호모사피엔
스라는 말처럼 미디어도 오래 전부터 존재해오던 말이다. 미디어 혹은 그것의 단
수형인 미디엄(medium)은 원래 ‘중간’ 혹은 ‘중간에 있는 것’이라는 뜻의 라틴어
에서 유래했다. 사람들이 미디어를 특정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채널(가령 신문, 라
디오, TV 등) 혹은 그것들의 집합체의 의미로 스스럼없이 쓰기 시작한 것은 불과
한 세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특정 현상들을 미디어로 묶어 부르기 시작한 시점
과, 미디어 자체가 생겨난 시점과, 미디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시점 사이에도 호
모사피엔스의 경우와 같은 불일치가 존재한다.
그러한 불일치가 이 논문의 배경이다. 불일치하는 세 가지 중에서 이 글이 주
시하는 것은 미디어라는 실질적 현상 자체도 아니고, 미디어란 말 자체의 유래도
아니다. 이 논문의 주된 관심 사항은 특정 현상들을 묶어서 그것에 미디어라는 ‘학
명’을 붙이고, 그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시점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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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들이 미디어라는 개념을 다루어온 방식의 변화에 대한 것이다. 이런 과정들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세기 들어서라고 할 수 있다. 존 피터스는 고대 그리스
시기부터 시작해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말하는 능력에 관심을 가져
왔지만, 그것에 실질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에 와서이고, 그것에
‘커뮤니케이션’이란 이름을 붙이고 학문적 연구의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것은 20
세기에 들어와서였다고 했다(Peters, 1999). 커뮤니케이션과 종종 혼동해서 쓰기
도 하고, 혹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매개된 커뮤니케이션’ 등의 말에서처럼 커
뮤니케이션이란 말과 나란히 놓고 쓰기도 하는 미디어에 대해서도 우리는 마찬가
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미디어에 대한 실질적이고 학문적인 관심은 20세기 들어
와서 비로소 본격화된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은 20세기의 산물인 미디어라는 말을
연구자들이 그동안 어떻게 사용해왔고, 21세기에 접어들면서 그 말의 용법이 어
떻게 확대되어 왔는지를 추적해 논하는 것이다. 20세기의 상당 기간 동안 ‘매스’라
는 거추장스러운 모자를 쓰고 있던 미디어가 20세기 후반부부터 그 모자를 털어
내고 독자적인 추동력을 갖고, 새로운 방식의 진화를 하고 있다. 그러한 진화의 양
상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앞으로 어떤 방식의 미디어 개념화가 필요할
지에 대해 제안을 하는 것도 이 글에서 다룰 주제이다.
2. 20세기 산물로서의 미디어 개념
영어 단어인 미디어(media), 그것의 단수형인 미디엄(medium), 그리고 그 말의
한자어 번역인 매체(媒體)는 대체적으로 (1) 사이와 중간(in-between) 혹은 (2)
도구(tool)의 의미를 가진 말이다. 미디어를 사이와 중간의 의미로 쓰는 예들로는
교환의 수단(가령 화폐), 힘의 전달체, 영매 혹은 무당, 중간 크기 등을 의미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중간이라는 의미가 확대된 것으로는 미디어란 말이 공기,
공간, 물리적 환경, 삶의 조건, 사회 상황 등 유기체를 둘러싸고 있는, 혹은 유기체
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맥락적 조건을 가리키는 경우이다. 가령 옥스퍼드 사
전에 따르면 17세기에 “the ethereal Medium”이라는 표현이 쓰였는데, 여기서 미
디엄은 공간을 의미하므로, 그것은 천상의 공간이라 번역할 수 있는 말이다. 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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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이 맥락을 의미하는 경우로서 옥스퍼드 사전이 제시하는 또 다른 예는 1745년
조지 그로테(George Grote)가 플라톤의 책을 번역하면서 쓴 “social medium”이
라는 표현이다. 이 말은 사회적 맥락 혹은 사회적 환경으로 이해해야 한다. 요즘
의 소셜미디어와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요즘에도 과학 분야에
서는 미디엄이 맥락이나 환경의 의미로 쓰이곤 한다. 가령 옥스포드 사전에서 예
로 드는 문장에는 “growing of vegetables and flowers in a soilless medium”이란
구절이 나오는데, 여기서 medium은 외적 조건이나 환경을 의미한다. ‘중간’이나
‘사이’의 의미를 지녔지만, 이제는 쓰임새가 거의 없어진 경우들도 있다. 가령 평
균, 중간 값, 삼단논법에서의 중간 단계, 품질에 있어서의 중간급, (중간에서의)
타협점, 중개인, 중간 계급 등과 같이 미디엄이란 말을 ‘중간’의 뜻으로 쓰는 경우
는 이제 레스토랑에서 고기 굽기 정도를 지시할 때 혹은 옷가게에서 옷 크기를 표
시할 때 정도에나 남아 있다.
미디엄이나 미디어가 ‘도구’의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있는데, 아마도 가장 대
표적인 경우는 미술에서 표현의 재료가 되는 것들을 지칭하는 경우일 것이다. 옥
스포드 사전에 따르면 이런 식의 용법은 19세기 중반부터 나타났다. 대략적으로
모더니즘 미술이 등장할 시기였다. 19세기 중반부터 미술 작가들은 오일, 물, 알
부민 등과 같은 미술 재료들을 가리키는 말로 미디엄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행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데, 미술에서는 미디엄의 복수형을 media가
아니라, 아예 mediums로 쓰기 시작하는 등 미디엄이란 말의 다른 길을 만들어 놓
았다.
‘중간’이라는 의미와 ‘도구’라는 의미가 통합된 형태로 미디어라는 말을 쓰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그것을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라는 의미로 쓸 때일 것이다.
옥스포드 사전에 따르면 미디어를 이런 의미로 쓰는 것은 17세기까지 올라간다.
가령 1605년에 프란시스 베이컨은 “인식은 말이라는 미디엄에 의해 표현된다
(cogitations bee expressed by the Medium of Wordes)”고 했다. 에드몬드 버크
도 1775년 “전쟁이라는 미디엄에 의한 평화”란 표현을 썼다. 비교적 최근의 경우
는 1908년에 벤슨(E. F. Benson)이 “일간지라는 미디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비슷한 예들로 옥스포드 사전은 “그의 아들을 미디어로 해서” (통역으로 썼다는
말), 혹은 “스위스 은행이라는 미디엄을 통해서” 등의 표현들을 소개한다. 옥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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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사전에 따르면 20세기에 들어선 이후 미디엄이 그것의 복수형 ‘미디어’가 되면
특히 두 개의 의미가 두드러지는데, 첫 번째는 매스 미디어의 수단이라는 의미와,
두 번째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물리적 장치라는 의미이다. 미디어란 말이 매스커
뮤니케이션을 위한 수단 즉 매스미디어의 뜻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반부터이다. 미디어가 데이터 저장 매체를 뜻하는 말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
세기 후반부에 와서이다.
20세기 초반에는 미디어란 단어가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라는 의미를 갖고 독
자적으로 쓰이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대개 ‘매스’와 함께 쓰였다. 혼자 쓰이는 경
우가 있더라도 대개 문맥상 매스미디어를 뜻했다. ‘매스미디어’란 말이 문헌에 처
음 등장하는 것은 대략 1920년대 즈음이다. 노블 패리그(Noble T. Parigg)란 사
람은 1923년에 발표한 책 <광고와 판매(Advertising and Selling)>에서 ‘매스미디
어’란 말을 사용했다. 이 책은 제 19회 세계연합광고클럽국제대회(International
Convention of the Associated Advertising Clubs of the World)에 참여한 150명
의 세일즈 및 광고 경영진들의 발표문들을 모아 편집한 것이었다. 이 책에 실린 글
에서 페크하이머(S. M. Fechheimer)란 사람은 “매스 미디엄의 수백만 독자”라는
표현을 썼고, 스노우(G. Snow)란 사람은 “매스미디어는 최단시간에 새롭고 넒은
시장에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다”라고 했다. 이들이 말한
매스미디어는 주로 대중신문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매스미디어와 사실상 거의 동
일한 의미로 쓰였던 ‘매스커뮤니케이션’이란 말은 라디오의 아버지이자 NBC의
초대 사장이었던 데이비드 사노프(David Sarnoff)가 1920년 대 처음 쓰기 시작한
말로 알려져 있다. 사노프가 매스커뮤니케이션으로 지칭한 것은 라디오였다.
1920년대 즈음에 매스미디어란 말이 등장했고, 또 그 이후 20세기의 상당 기
간 동안 미디어라는 말은 대개 매스미디어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매스미디어란 말이 사람들의 일상용어가 되는 데는 1920년대 이후에도 시간이 꽤
걸려야 했다. 매스미디어란 말의 일상화는 대체로 1950년대 TV가 등장한 이후로
봐야 한다. 1950년대 이전 연구자들은 매스미디어로서의 미디어를 다양한 방식
으로 불렀다. 시카고대학의 사회학자들이었던 로버트 파크와 어니스트 버제스
(Park & Burgess, 1921)는 미국 최초의 사회학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사회학 과학
개론(Introduction to the Science of Sociology)>에서 매스미디어란 말 대신에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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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의 미디엄(medium of publicity)’, ‘신문의 미디엄(medium of the press)’, ‘상호
작용 미디엄(medium of interaction)’등의 말들을 사용하였다. 파크와 버제스는
이 책에서 신문이야말로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미디엄(medium of
communication)’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미국 사회학의 선각자라 할 두 사람은 같
은 책에서 커뮤니케이션이란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미디엄(medium of social
interaction)’이라 설명했다. 그들은 물리학의 기본 단위가 분자의 작용과 반작용
인 것처럼 사회학의 기본 단위는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면서 사회학자란 커뮤니
케이션과 미디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이라 말하기도 했다. 파크와 버제스는 더 나
가서 사회 진화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는 결국 커뮤니케이션 수단과 테크닉, 즉 미
디어의 발전을 추적하는 것이라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은 미디엄이 정확
히 무엇인지 정의내리지 않았고, 그것을 수단, 방법, 테크닉 등의 말과 혼재해서
사용하였다. 지금 보더라도 파크와 버제스의 <사회학과학개론>은 미디어 사회학
의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이 책에서 파크와 버제스는 미디어
는 무엇인지,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구분할지, 매스미디어와 매스미디
어가 아닌 것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파크와 버제스의 1921년 책 이후에도 몇 십 년 동안 미디어라는 말은 매스미
디어와의 개념적인 관계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채 다양한 방식으로 불리었
다. 가령 언어인류학자인 에드워드 사피어(Sapir, 1931)는 ‘커뮤니케이션 테크닉’,
혹은 ‘디바이스’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사회학자였던 말콤 윌리와 스튜어트 라이
스(Willey & Rice, 1933)는 그들의 저서 <커뮤니케이션 기관과 사회 생활(communication agencies and social life)>에서 ‘커뮤니케이션 기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매개된 커뮤니케이션’(mediated communication), ‘대중 인상의 미디
엄’(medium of mass impression),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커뮤니케이션 디바이
스’ 등의 용어를 사용하였다. 윌리와 라이스가 이렇게 다양한 용어로 지칭한 것은
책, 라디오, 영화, 신문, (이 책을 쓴 시점에는 아직 미래 기술이었던) TV, 옥외 간
판 등 대체적으로 매스미디어에 속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매스미디어
라는 용어를 자신들의 책에서 쓰지 않았다. 제임스 로티(Rorty)는 1934년 발표한
글에서 일간지 등 정기발행신문, 우편, 라디오, 영화, 포스터 등의 미디어를 매스
미디어 대신 ‘광고 미디어’(advertising media)로 불렀다. 그는 대중생산이 대중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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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낳았고, 대중확산이 대중 문해력과 매스커뮤니케이션과 대중광고를 낳았
다고 설명하면서 매스미디어 현상에 대해 상당히 폭넓게 논하였지만 정작 ‘매스
미디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해들리 캔트릴과 고든 앨포트(Cantril &
Allport)가 1935년도에 라디오의 심리적, 사회적 영향에 대해 쓴 글에서는 아예 미
디어라는 단어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커뮤니케이션의 방법’(methods)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거기에 인쇄, 전신, 전화, 영화, 라디오 등을 포함
시켰다. 그러면서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범주에 교통수단을 넣지 않은 이유를 설
명하면서 나름대로 개념적 정리를 꾀하는데, 그런 시도 자체가 1930년 당시까지
도 아직 미디어의 개념이 다른 유관 개념들(가령 교통수단)과 갖는 차이가 분명히
정립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캔트릴과 앨포트는 교통수단은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것이지, 생각(idea)을 커뮤니케이션하는 도구는 아니기 때
문에 커뮤니케이션 방법(즉 미디어)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1940년대에 미디어 연구를 주도했던 사람 중 하나는 콜롬비아 대학의 폴 라
자스펠드(Paul Lazarsfeld)였다. 그는 1941년에 발표한 글에서 커뮤니케이션 연
구에서의 실무적 연구와 비판적 연구를 비교하면서 “현대적 커뮤니케이션 미디
어”(modern media of communication)란 표현을 사용한다. 그가 여기서 지칭한
현대적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란 사실상 신문, 라디오, 영화 등의 매스미디어를 지
칭하는 것이었다. 그는 현대적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물건을 팔거나, 대중의 지
적 수준을 높이거나,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를 확실하게 하는 수단이라고 간략히
설명했다. 이 글에서 그는 ‘매스미디어’란 말 대신 ‘매스커뮤니케이션’이란 말을
많이 썼는데, 사실 그것을 매스미디어로 바꿔 썼어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아무튼
20세기 전반부에는 ‘매스’라는 말이 미디어보다는 커뮤니케이션을 더 선호했던
것 같다. 막스 호크하이머와 테오도르 아도르노는 그들의 1944년 글에서 “현대 커
뮤니케이션 미디어”(modern communication media)란 표현을 사용하였다
(Horkheimer & Adorno, 1944/1972). 하지만 그들은 그 표현을 라자스펠드보다
좀 더 폭넓은 의미를 갖고 썼다. 예를 들어 그들은 현대적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에
철도와 자동차 등 교통수단까지 포함시켰다.
라자스펠드가 1941년 발표한 글에서는 매스미디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쓰
지 않았다고 앞에서 언급했다. 하지만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과 함께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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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에 발표한 글에서는 ‘매스커뮤니케이션 미디어’(media of mass communication
혹은 mass media of communication)란 말을 사용하면서 매스미디어의 편재성과
그것의 막대한 힘이 사회적으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논하였다. 사회학자
루이스 워스(Wirth, 1949)도 ‘매스커뮤니케이션의 미디어’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
것은 어떤 방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가치중립적인 것이라 말하면서 미디어에
대해 다소 순진한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1940년대는 ‘매스커뮤니케이션
의 미디어’란 표현이 자주 쓰였다. 1945년 만들어진 UNESCO 등의 공식 문건에도
그 말이 등장할 정도였다. UNESCO의 초대 총장이었던 줄리언 헉슬리(Huxley,
1947)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미디어”(the media of mass communication)라는
말이 다소 길고 어색하다 하면서, 당시 사람들이 그것을 종종 줄여서 ‘매스미디어’
라 부른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는 매스미디어 안에는 말과 이미지를 대
량 배포하는 라디오, 영화, 대중신문 등이 포함된다 하였다. 헉슬리의 말에 비춰
보면 이제 1940년대 말 즈음에 오면 ‘매스미디어’란 말이 평상적인 말로 자리를 잡
아가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가령 데이빗 리스만(Riesman, 1950)은 <고독한
군중>에서 여전히 주로 mass media of communication이란 표현을 썼지만, 그 전
의 어느 연구자들보다 본격적으로 ‘매스미디어’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매스미
디어의 범주에 라디오, 영화, 레코드, 만화, 책, 어린이 잡지 등을 포함시키면서 매
스미디어가 대중사회의 특징 중 하나인 타자지향(Other-direction)의 주 원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1950년대 들어서면 ‘매스미디어’라는 말이 익숙하고 평이한 말이 되기 시작한
다. 당시 미디어(the media)라고 하면 대개 그것은 매스미디어를 의미하는 것이
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디어라는 말은 이미 20세기 초부터 매스미디어적 현
상과 밀접하게 접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1950년대에 들어서면 미디어와 매스
미디어는 거의 동의어나 다름없게 된다. 윌버 쉬람(Schramm & Riley, 1951)의 한
국전 상황 속에서의 미디어 이용 연구, 달라스 스마이드(Smythe, 1951)의 미디어
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커트 랭과 글레이드 랭(Lang & Lang, 1952)의 TV 효과 연
구, 카츠와 라자스펠드(Katz & Larzasfeld, 1955)의 <personal influence>, C.W.
밀즈(Mills, 1956)의 <파워 엘리트> 등 1950년대 발표된 주요 미디어 관련 저작들
을 살펴보면 ‘매스미디어’라는 말은 이제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일상의 말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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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니엘 벨(Bell, 1956)은 “대중사회이론: 비판(The theory of
mass society: A critique)”이라는 글에서 매스미디어라는 말이 이제는 상용적으
로 쓰이는 말이 되었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벨이 여전
히 매스미디어라는 말에 쌍따옴표를 붙이긴 했지만 말이다.
한국에서 미디어라는 말이 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대략적으로 1950년대부터
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회도서관이 보관하는 자료들을 토대로 살펴보면 가
장 먼저 미디어 혹은 매체라는 말을 쓴 경우는 최재서가 1956년 7월 <사상계>에
실은 “현대매체로서의 언어”라는 글이다. 그 뒤 신태문이 1958년 9월 <신문화> 창
간호에 기고한 글 “지성의 진로(進路)를 찾아: 매쓰콤뮤니케이숀과 지성과의 관
련성을 중심으로”를 읽어보면 미디어를 ‘매개물”이라는 말로 번역해서 쓴 것을 볼
수 있다. 대한기독교서회의 <기독교사상> 59년 1월호에서 김재복은 “매쓰-미디
어와 전도의 효과”라는 글을 게재했다. 60년대에 접어들면 한국의 문헌들에서도
미디어 혹은 매체라는 말이 급증했다. 1962년 공군정훈감사실이 발행한 <미사
일>이라는 잡지 18호에서 김기점은 “소비에트 연방의 매스 메디아: 현대의 매스컴”라는 글을 실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어 표기법이 정돈되지 않아 media
가 미디어, 머디어, 메디아로, mass media가 매스 메디아, 매스 머디어, 마스 미디
어, 매스 미디어 등으로 매우 혼동된 상태로 쓰였다. 미디어를 한자어로 번역한 매
체라는 말도 최재서의 <사상계> 논문 이래 60년대에도 ‘광고매체’, ‘매체이용’, ‘시
청각매체’, ‘매체전문가’, ‘신문매체’, ‘전파매체’, ‘매체측 입장’, ‘옥외매체’, ‘전자매
체’ 등의 표현 속에서 다양하게 등장했다. 대개 모두 매스미디어를 지칭하는 것이
었다.
20세기 전반기의 맥락에서 미디어란 말의 사용에 대해 중요한 점들을 몇 가지
정리해 보도록 하자. 첫째는 앞에서 간략하게 소개한 것처럼 미디어라는 말의 사
전적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고 할 수 있는데, 20세기 들어서 그중 커뮤니케이션 채
널이라는 의미가 가장 두드러진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전신, 전
화, 라디오, 자동차 등이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에 걸쳐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일
상과 경제, 사회, 문화, 정치 전반에 중요한 변화를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
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학문적 관심이 20세기에 생겨났
다는 것이다. 그러한 관심을 토대로 20세기 들어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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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미디어라는 말의 가장 대표적이고 지배적인 의미가 되었다. 미디어란 말의 다
른 의미들은 매우 특수한 영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이는 것이 되었다.
두 번째로 언급할 것은 20세기 들어 사람들은 미디어란 말을 대개 ‘매스’라는
말과 연결해서 사용했다는 것이다. 20세기 전반부에 미디어 연구자들은 커뮤니
케이션 채널로서의 미디어에 무엇을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해 서로 동의하는 리스
트를 만들지 못했다. 우편, 전화, 전신뿐 아니라, 대중신문, 라디오, 심지어는 자동
차와 도로도 미디어의 일종으로 논했다. 하지만 라디오 등장 이후 분위기가 변했
다. 라디오가 등장한 1920년대부터 TV가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인 1940/1950년대
사이에 미디어는 매스미디어와 거의 같은 말이 되어갔다. 그 시기에 몇몇 예외(듀
이나 멈포드 등)를 제외하고는 미디어란 말을 매스미디어 혹은 그와 연관된 개념
과 연결시키지 않고 독립적인 개념으로 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세 번째는, ‘매스미디어’란 말 자체가 일상의 언언 습관에 제대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1950년 이후라는 것이다. 지금의 매스미디어를 가리키는 것으로 20
세기 전반부에 더 많이 쓰인 말은 ‘매스커뮤니케이션’이었다. 즉, 20세기 전반부에
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이란 말과 매스미디어라는 말을 거의 구분하지 않고 썼던 것
처럼 보인다. 가령 1947년에 발간된 허친스 보고서의 원 제목은 A free and responsible press: A general repot on mass communication이다. 허친스 보고서는
부제에 매스커뮤니케이션에 무엇을 포함시키는지 밝히는데, 그것들은 신문, 라디
오, 영화, 잡지, 도서 등 결국 매스미디어로 분류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커뮤니케
이션이라는 말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의 행위라는 의미뿐 아니라, 그것을 위한 도
구의 의미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매스커뮤니케이션이 매스미디어의 의미로 쓰인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1950년대 이전에는 매스미디어
를 ‘매스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미디어’라고 풀어서 쓰는 경우도 많았다. 허친슨 보
고서 본문 속에서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기관 (agency) 혹은 매스미디엄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허치슨 보고서의 예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
은 1940년대 말까지도 매스커뮤니케이션과 매스미디어를 개념적으로 엄격하게
구분해서 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매스미디어라는 말이 일상화되는 1950년대 시점에, 즉 매스와 미
디어가 군더더기 설명 없이 결합해서 매스미디어란 말로 자연스럽게 쓰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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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던 때에, 미디어는 이미 독립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세기 중반까지 미디어라는 말이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의
미를 갖고 자리매김하면서 동시에 매스에 포박되는 과정을 겪었는데, 1950년대가
되면 이제 매스미디어란 말은 일상적인 말이 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제 미
디어라는 말은 매스미디어의 포박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자리를 찾아나가려는 움
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을 주도한 이들은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해
롤드 이니스와 마샬 맥클루한 등이었다. 그런 추세는 20세기 말 케이블과 위성이
등장하고, 소위 타겟 오디언스라는 개념이 쓰이기 시작하고, 주문형 미디어 서비
스가 등장하고, 인터넷 등 네트워크 기술이 도입되고, 모바일 기기가 일반화되고,
소셜미디어, 유튜브, 스트리밍 서비스 등 다양한 유형의 개인 맞춤형 미디어 서비
스들이 등장하면서 강화되었다.
3. ‘포스트 매스미디어시대’의 미디어
1960년대 들어서 미디어는 매스의 거추장스러운 모자를 벗어버리게 되었다. ‘미
디어’ 그 자체가 연구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 흐름을 이끈 이들은 해롤드 이니스
와 마샬 매클루언이었다. 이니스가 그의 책 <커뮤니케이션 편향>에서 언급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사실 미디어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니스는 이 책에서 매스미디
어의 범주 밖에 있는 미디어들을 다루었다. 마샬 매클루언은 1962년 그의 책의 제
목을 <미디어의 이해>라고 붙였는데, 당시로서는 이 제목 자체가 파격적인 것이
었다. 20세기에 걸쳐 미디어는 대체적으로 혼자 독립해서 살아보지 못했는데, 드
디어 매스로부터 떨어져 나간 독자적인 것으로서의 미디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
었음을 알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경향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그것의 단초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전반부에 미디어의 개념이 아직 혼돈의 시기에 있을 때 이미 나타
났다. 가령 사회학자 찰스 쿨리(Cooley, 1897)는 제스추어, 말, 쓰기, 인쇄, 우
편, 전화, 전신, 사진 등을 통칭해서 미디어란 말 대신에 ‘커뮤니케이션 메커니
즘’(mechanism of communication)으로 불렀다. 매스미디어 현상을 대중신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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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한해서 인식했던 19세기 말에 쿨리는 대면 커뮤니케이션과 매개된 커뮤니케이
션을 통합한 것으로서 이 개념을 썼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메커니즘 안에 신문을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대량으로 살포하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은 커뮤니케이션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그가 생각한 것은 아닐까 짐작해볼 수 있다. 20세기 초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에 대한 철학을 정리한 존 듀이(Dewey, 1928)는 <경험과
자연(Experience and nature)>에서 ‘뉴미디어’(new medium)란 말을 사용했다.
이 말을 통해 그가 지칭한 것은 매스미디어만이 아니었다. 그가 말한 뉴미디어는
능률의 증진, 시간과 공간의 초월, 지역적/우연적 맥락으로부터의 해방을 가져오
는 제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칭하는 것이었다. 윌리와 라이스(Willey & Rice,
1933), 호크하이머와 아도르노(Horkheimer & Adorno, 1944/1972) 등은 커뮤니
케이션 (미디어)의 범위에 교통수단을 포함시켰다. 특히 윌리와 라이스는 매스미
디어의 틀을 벗어난 매개된 커뮤니케이션의 보편화,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의 보
편화, 그러한 변화가 만들 효과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란
것의 개념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미디어를 매스미디어 틀 밖에서 보는 시도라는
측면에서 특히 주목할 사람은 루이스 멈포드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멈
포드는 이미 1930년대에 미디어에 대한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그의 책 <기
술과 문명(Technics and Civilization)>에서 멈포드(Mumford, 1934)는 쓰기, 읽
기, 그리기를 ‘성찰적(reflective) 사고와 신중한(deliberate) 행위의 미디어’로 불
렀다. 매스미디어 밖의 미디어에 대한 논의의 흔적은 사회학자 데이빗 리스만이
<고독한 군중>에서 옛날 이야기나 옛날 노래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부모들을 ‘노
변 미디어’(Chimney- corner media)로 지칭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확대된 미디어
개념화의 측면에서 1930년대에 주목해 볼 또 다른 사람은 소비에트 러시아의 언
어학자 레프 비고츠키(Lev Vygotsky)이다. 그는 1934년 발표한 <언어와 사상
(Language and Thought)>에서 매개(mediation)란 용어를 매스미디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인간의 심리적 경험에 적용했다. 특히 비고츠키는 인간의 심리적 과정
을 인간이 자신의 내부에 있는 일종의 “인지적 기술”을 사용해서 현실을 이해하는
매개의 과정이라 설명하였다.
앞의 문단에서 언급한 독립된 미디어 개념의 20세기 초 단초들 하나하나가 별
도의 논의가 필요할 정도로 중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미디어가 하나의 개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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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독자성을 본격적으로 갖기 시작한 때는 1950년대 이후 냉전 시대의 배경 속에
서 매스미디어가 전성기를 구가할 시기였다. 그것을 이끈 사람들은 앞에서 언급
한 대로 이니스와 매클루언이었다. 이 두 사람과 그들의 영향을 받아 뒤에 미디어
생태학자들이라 스스로 이름을 붙인 그들의 제자들이 미디어가 매스의 틀을 벗어
나 독립적인 개념으로 서게 되는 것을 주도했다. 역설적이게도 매스미디어가 상
종가를 칠 때 매스와 미디어가 다시 분리되는 ‘포스트매스미디어’ 시대(김용찬,
2020a)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니스는 미디어를 대중매체의 틀에서 탈출시킨 장본인이라 할 수 있다. 대
중신문, 라디오, TV 등의 매스 미디어를 넘어서서 미디어의 경계를 폭넓게 넓혔
다. 이니스(2007)는 그의 책 <제국과 커뮤니케이션(Empire and communication)>
에서 양피지, 종이, 진흙, 돌, 건물, 조각 등을 미디어로 불렀다. <커뮤니케이션 편
향(Bias of communication)>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갖는 특성(편향)이
문명의 편향을 만들어낸다고 하였다(1951). <제국과 커뮤니케이션>에서처럼 <커
뮤니케이션 편향>에서도 이니스는 커뮤니케이션 편향을 보이는 모든 것을 ‘미디
어’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먀살 매클루언은 1950년대에 이미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하지만
이니스와는 흡사한 방식으로, 미디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예를 들어 매클루
언(1955)은 “sight, sound, and fury”라는 글에서 인간의 인지과정을 외부세계를
내부화하는 과정으로 설명하면서, 인지과정이란 우리 내부에 있는 ‘감각과 내부
기관의 미디어’(medium of our senses and inner faculties)에 존재의 드라마를 재
창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는 이 글에서 “뉴미디어”라는 단어를 썼는데,
그가 그 말을 쓴 것은 TV, 영화 등의 매스미디어를 “뉴미디어”라는 특별한 범주 안
으로 묶어버리고,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을 오히려 미디어 일반으로 설명하
기 위해서였다. 인간 내부에서 인지 과정의 수단이 되는 감각의 미디어가 작동한
다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매클루언은 도시의 건물도 일종의 매스미디어(그는
mass communications이라는 용어를 썼지만)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매스미디어’
혹은 ‘매스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도 매클루언은 20세기 초반의 시간에 가두지
않고, 일반화시키는 작업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매클루언이 1962년에 출판한 <미디어의 이해 (Understanding media)>는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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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 후반부 미디어 연구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
처럼 이 책이 중요했던 것은 그 제목에서 이미 들어난다. 매클루언이 <미디어의
이해>를 발간하기 전까지 어떤 글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로서의 미디
어를 다른 수식어 없이 쓴 경우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스미
디어라고 하는 특정 시기와 특정 방식의 미디어 틀에서부터 ‘미디어’를 해방시키
고, 보편적인 것으로서의 미디어를 논의하는 것이 매클루언의 <미디어의 이해>
에서 본격화되었다. 미디어는 이제 매스미디어의 틀에서 벗어나 매클루언의 표현
대로 하면 ‘인간의 감각기관을 확장’하는 모든 것이 되었다.
4. 미디어에 의한 모든 것의 식민지화
이니스와 매클루언의 미디어 연구 이후, (모든 경우가 그것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었더라도) 미디어 연구 환경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서 미국 대학들에서는 미디어 연구와 강의가 제도화되기 시작했
다. 시카고대학과 콜롬비아 대학의 사회학과들이 주도하던 미디어 연구 발아기를
뒤로 하고,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학과들이 대학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럽에
서도 자체적인 미디어와 문화 연구의 전통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
이외 지역, 가령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에도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학과들
이 생겨났다. 사람들의 일상도 변화했다. TV가 사람들의 거실을 차지했다. 특히
냉전 상황에서 TV는 사회통합의 중요한 기구로 여겨졌다(김용찬, 2020a). TV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인류의 달 착륙을 시청하면서, 매스미디어가 지구
상에 살아 있는 사람들의 눈과, 귀, 그들의 경험을 하나로 묶는 가공할 힘을 갖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런 와중에도 60년대부터 매스미디어와는 다른 철학을 토대
로 하면서 당시의 미디어 개념으로는 미디어라 부를 수 없던 네트워크 기술이 물
밑에서 개발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90년대부터 일반 사람들에게 인터넷이
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케이블과 위성 기술이 보급되면서 70년대부터 사람
들의 눈은 분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매스미디어의 틀에 조금씩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모바일 기기가 확산하고, 전에는 인쇄물, 전파, 케이블 등을 통해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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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던 것을 인터넷 등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기
가 원하는 방식으로 받게 되는 세상이 되면서 탈대중화, 탈대중매체화, 혹은 ‘포스
트매스미디어’ (김용찬, 2020a) 시대로의 변화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미디어는 매스미디어의 프레임에서 더욱
더 벗어나 본격적인 자생의 길에 접어들었다. 심지어 미디어가 아닌 것들을 미디
어가 지배하고, 식민지화(Kellner, 2003)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그러한 징후
를 보여주는 개념들이 특히 2000년 이후 쏟아져 나왔다. 예를 들면 미디어화(mediatization)(Couldry, 2013; Hepp, 2013; Hjarvard, 2013), 재매개(remediation)
(Bolter & Grusin, 2000), 미디어 문화(Kellner, 2003), 미디어 도시(McQuire,
2008), 미디어 삶(Deuze, 2012), 미디어 노동(Hesmondhalgh, 2015), 네트워크화
된 개인(Wellman et al., 2003), 네트워크화된 자아(Papacharissi, 2010), 네트워
크 사회(Castells, 2000), 네트워크 정보경제(Benlker, 2006), 네트워크화된 공중
(Varnelis, 2008), 네트워크 집합행동(Milan & Hintz, 2013). 연결된 행위(Bennett
& Segerberg, 2013) 등이 그것들이다. 이런 개념들을 모두 펼쳐 놓고 보면 결국 우
리가 살아가는 삶의 환경 전체가 미디어로 충만한 것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
다. 매스미디어는 이제 거기서 소수세력일 뿐이다. 과연 미디어가 아닌 것, 매개
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
다면 말세의 새 하늘과 새 땅은 미디어로 충만한 곳이 되었다(실제로 성경의 요한
계시록은 미디어적 표현으로 가득하다).
미디어화(mediatization)란 종래엔 미디어 특히 매스미디어와 구별되는 비미
디어적 사회적 제도들이 미디어의 작동 논리(media logic)를 체화하고, 거기에 맞
춰서 결정하고 행동하게 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미디어화의 과정을 통
해 개인과 집단의 삶과 제도적 과정이 미디어 논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재형성
되는 과정을 겪는다. 미디어화의 개념은 이제 매스미디어 체제에 속한 언론의 사
회적 영향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서, 매스미디어의 틀에서 해방된 미디어 일반
이 사회에 끼치는 보다 보편적인 미디어화를 설명하는 것으로 확대되었다. 가령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개인의 삶과 사회적 관계가 재편된다든지, 소셜미디어에
서의 재현을 의식하며(가령 instagrammablity를 신경쓰며), 현실의 자아와, 관계
와, 물리적 장소가 재편되는 현상들도 미디어화의 일종으로 설명할 수 있다. 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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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와 헤프(Couldry & Hepp, 2018)는 미디어화의 역사적 단계를 기계화(mechanization), 전자화(electrification), 디지털화(digitalization), 데이터화(datafication)
로 나누고, 이 중 최근 진행되는 디지털화와 데이터화의 과정은 따로 ‘심층적 미디
어화’(deep mediatization)로 불러야 할만큼 미디어가 사회의 구성과 재구성에 미
치는 보편적 효과의 깊이가 커지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볼터와 그루신(Bolter & Grusin, 2000)은 재매개(remediation)의 이중논리를
현대 문화의 중요한 특징으로 설명한다. 재매개의 이중논리란 현대 문화가 미디
어를 계속 증식시키면서(하이퍼매개) 동시에 뭔가가 매개된다는 사실을 끊임없
이 지워버리려 한다는 것이다(비매개). 그런데 사실 비매개(immediacy)와 하이
퍼매개(hypermediation) 모두 우리 사회가 얼마나 미디어로 충만한 곳인지를 보
여주는 개념들이다. 볼터와 그루신은 재매개란 개념을 통해 미디어의 내용과 형
식이 시공간적으로 서로 중첩되고, 미디어들끼리 자체적 상호작용을 하며, 그 과
정에서 매개된 것들의 증식이 이루어지는 현대적 현상을 설명한다. 그들에 따르
면 우리는 이제 미디어가 어떤 실재적인 것을 지칭할 필요도 없는, 미디어 과잉의
세계 속에 살고 있다. 미디어 자체가 실재인 세상이 된 것이다. 볼터와 그루신은
무엇인가를 매개하는 매개체로서의 미디어는 결국 모두 재매개체(remediator)라
고 역설한다. 재매개의 시작이 어디인지는 분명하지도 않고 사실 중요하지도 않
다. 볼터와 그루신은 재매개는 매개의 매개이고, 재매개를 통해 매개와 실재의 분
리가 불가능하게 되고, 결국 재매개 자체가 개혁이다라고 설명한다. 볼터와 그루
신에 따르면 결국 이제 우리가 사는 곳은 모든 것이 모든 것에 의해 매개되는 세계
로 나아간다.
켈너(Kellner, 2003)가 제시한 ‘미디어 문화’(media culture)는 미디어가 그 내
용을 통해 반영하고 전달하는 문화가 아니라, 미디어가 구축하는 문화적 환경 자
체를 가리킨다. 켈너는 현대 문화는 그 자체가 이미 미디어 문화이고, 미디어가 문
화 전반을 식민지화해왔다고 역설한다. 미디어 문화는 이미지와 음향, 스펙터클
을 통해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조직하고, 여가시간을 지배하며, 정치적 관점과 사
회적 행동을 구성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할 재료를 제공한다. 미디
어는 신화, 상징, 그리고 다양한 자원을 사람들에게 공급하면서 하나의 공통된 문
화를 만들어간다. 미디어 문화 속에서 권력은 재생산되고, 또 도전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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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문화 안에서는 다양한 세력들이 서로 투쟁하고, 개인들은 그러한 투쟁들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며 살아간다. 이 모든 것이 ‘미디어 문화’가 하나의 문화로서 갖
는 총체성을 보여준다. 미디어 문화 속에서 개인의 삶은 결국 미디어적 삶(media
life)이다(Deuze, 2012). 마크 드웨제(Mark Deuze)는 현대적 삶이란 결국 미디어
안에서 사는 삶이라고 말한다. 드웨제도 켈너와 비슷하게 미디어는 단순히 사람
들이 사용하는 도구나 내용이 아니라, 이제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고 조직하고,
그 안에서 노동하는 환경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2000년 이후 미디어의 또 다른 이름은 네트워크이다. 네트워크는 그야말로
새로운 미디어 공간을 제시했다. 그것은 가상의 ‘흐름의 공간’(flow of space)으로
만 남아있지 않고, 현실의 ‘장소의 공간’(space of place)에 까지 간섭하고, 현실의
존재, 인식, 관계, 가치, 권력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Castells, 2000). 단일 미디어
도구나 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만들어내는 네트워크의 효과가 더 중
요하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미 1933년 윌리와 라이스가 예견한 것이기도
하다. 카스텔이 1990년대에 설명했듯이 이제는 네트워크가 모든 것을 통합하고,
배제하는, 사회의 총체적 지배 원리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자아(Papacharissi,
2010)도, 사회적 관계(Wellman et al., 2003)도 개인들의 정치적, 경제적 집합적
능력(Benkler, 2006)도, 민주적 공론장(Benkler, 2006; Varnelis, 2008)도, 정치적
이슈에 대한 집합적 행위 역량(Bennett & Segerberg, 2013; Milan & Hintz, 2013)
도 미디어의 네트워크 망 속에서, 다시 말해 쿨드리와 헤스가 말한 디지털화, 데이
터화로 이루어진 깊은 미디어화의 과정 속에서 형성되고 재형성되는 상황이 되었
다. 네트워크화된 미디어가 우리의 존재와 인식과 관계에 매우 촘촘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원천적인 인프라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가 되었다.
존 피터스(Peters, 2015)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모든 자연 환경이 미디어라 선
언한다. 피터스에 따르면 미디어란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들에게 서식지 제공을
가능케 하는 환경”이다. 이런 식으로 미디어를 이해하게 되면 도서, 신문, 전신, 전
화, 라디오, TV, 인터넷 등은 ‘미디어’라는 환경의 매우 작은 부분일 뿐이다. 피터
스는 미디어가 “자연의 요소와 인간의 가공물이 더해진 앙상블”이라 하기도 했
다. 이런 시각에서 그는 2015년 출판한 책의 제목을 <경이로운 구름(marvelous
clouds)>이라 하였다. 책 제목을 이렇게 정한 이유는 그가 구름조차도 하나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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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로 보기 때문이다. 구름뿐 아니라, 그는 이 책에서 바다, 불, 하늘, 몸과 얼굴
등을 미디어로 설명한다. 피터스에 따르면 이제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의
미를 전달받고 전달하고, 저장하고 찾는 인식론적 여정을 끝내고, 이제 미디어에
의해 구축된 새로운 존재론의 세계로 인도된다. 드웨제(Deuze, 2012)나 켈너
(Kellner, 2003)가 말하듯이 우리는 미디어를 가지고(with media) 무엇을 하는 상
황을 넘어서서 미디어 속에(in media) 사는 것이다. 피터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영적, 육체적 존재,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존재 자체가 미디
어인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는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미디어에 대해 매우 새롭고도 흥미로운 관점들이 제기되었
다. 20세기 초에 본격화된 미디어에 대한 사회과학적 연구들은 당시 새롭게 등장
한 특정 미디어 기술들(전신, 전화, 라디오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20
세기 후반부 들어서 미디어는 기술중심적 시각의 좁은 틀을 넘어서서 폭넓은 관
점 속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디어에 대한 다층적, 다면적, 다
차원적 이해의 토대를 만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의 범위를 너무 넓히다보
면 정작 미디어와 미디어 아닌 것 사이의 구분이 어려워지면서 미디어에 대한 이
해 자체가 오히려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난 20여 년 동안
의 미디어 개념의 발전을 수용하면서도 미디어에 대한 분석적 이해를 할 수 있도
록 다음 절에서는 미디어의 5가지 차원을 구별하는 작업을 해보도록 하겠다. 다섯
가지 차원 각각을 설명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결합해서 지나치게 보편적이지도
않으면서도 미디어와 관련된 현상을 의미 있는 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지
에 대해서 논해 보겠다.
5. 미디어의 5가지 차원
미디어가 하나의 차원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차원적 요소들로 이루어졌다
는 생각은 이 글에서 처음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20세기 초기부터 그에 대한
언급을 한 학자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라자스펠드와 머튼은 그들의 1948년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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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매스미디어가 사회에 미치는 효과를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눠 살펴 보는 것
이 좋다고 제안했다. 그들이 제시한 세 부분 중 첫 번째는, 매스미디어라는 존재
그 자체가 사회에 미치는 효과, 두 번째는, 매스미디어의 소유 구조와 작동 방식이
미치는 효과, 세 번째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배포되는 내용의 효과이다. 즉, 라자
스펠드와 머튼은 도구로서의 미디어, 제도로서의 미디어, 내용으로서의 미디어
등 세 가지 차원의 미디어 개념을 제시했다 할 수 있다. 린드와 린드(Lynd & Lynd,
1929)도 라디오에 대한 연구에서 도구로서의 미디어와 내용으로서의 미디어를
구별해야할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이 글에서는 라자스펠드와 머튼이 언급
한 도구, 제도, 내용으로서의 미디어 차원에 ‘사람으로서의 미디어’와 ‘공간/장소
로서의 미디어’라는 두 가지 차원을 추가해서 미디어의 개념을 5개의 차원으로 설
명하는 체계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1) 도구로서의 미디어(media as tools)
도구로서의 미디어는 미디어의 물리적 토대와 가장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물
리적 토대는 인간이 스스로 만든 것일 수도 있고, 자연적인 것일 수도 있다. 가령
봉수대는 인간이 만든 도구로서의 미디어이다. 하지만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할
때 사용하는 음파는 인간이 만든 것은 아니지만 음성 대화를 위한 ‘도구’로 사용한
다는 점에서 도구로서의 미디어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도구로서의 미디어
는 새로운 규범과 효능감에 대한 논의를 만들어낸다. 동시에 기존의 사회적 규범
및 효능감과 조우한다. 가령 전화라는 도구가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오면 전화
의 생산, 유통, 사용 등을 둘러싸고 새로운 규범들이 만들어진다(Fischer, 1980).
또 전화의 사용은 산업적으로,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개인의 삶에서 새롭게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혹은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과 더 어려워진 것들, 즉 효
능감과 관련된 범주들을 설정한다. 물론 도구로서의 미디어는 진공 상태에서 출
현하지 않는다. 다양한 맥락적 요인들의 영향을 받으며 등장한다. 가장 직접적인
맥락은 기술적 맥락이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가능케 한 케이블,
패킷 스위칭 기술, TCP/IP 등의 기술들이 있어야 했다. 더불어 인터넷은 그 전의
다양한 선행 기술들, 가령 전신(톰 스탠디지는 그의 2014년 책에서 전신을 빅토리
아시대의 인터넷이라 불렀다), 편지, 전화, 책, 라디오, TV, 신문, 네트워크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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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토대로 등장했다고 해야 한다. 볼터와 그루신(Bolter & Grusin, 2000)은 이
것을 기술들 사이의 ‘공명’이라 불렀다. 도구로서의 미디어는 그 전에 있던 또 다
른 도구로서의 미디어(들)를 업고 나타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미디
어라도 그것이 무엇일지 쉽게 짐작하고 자신의 삶에 전유할 수 있다. 기술적 맥락
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적 맥락, 상징적 맥락, 제도적 맥락, 그리고
물리적 맥락 등이 동시에 일종의 인프라로서 작동한다(Kim, 2020). 즉, 새로운 도
구로서의 미디어는 위로는 기존의 규범과 효능감, 아래로는 기술적, 물리적, 사회
적, 상징적, 제도적 인프라를 맥락으로 해서 등장한다.
신문, 전화, 라디오, 영화, TV 등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도구적 특성에 주목하
기 시작한 것은 미디어 연구의 역사에서 사실 상대적으로 최근의 일이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20세기 초기부터 미디어(혹은 매스미디어)에 대한 연구는 대개 내
용에 대한 것이었다(Meyrowitz, 1985). 미디어의 도구적 차원에 주목한 첫 번째
그룹은 앞에서 언급한 이니스와 맥클루언, 그리고 그들의 뒤를 이어 등장한 미디
어 생태학자들이었다. 하나의 숲에서 여러 다른 개체들이 경쟁하고 협력하는 것
을 관찰하는 생태학처럼 미디어 생태계 연구는 종종 서로 다른 미디어들이 어떻
게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고, 진화하고 퇴화하는지에 대해 논의해 왔다. 가령 20
세기 초 로버트 린드와 헬렌 린드(Lynd & Lynd, 1929)는 라디오가 어떻게 독서를
줄이고, 영화 보러 가는 것을 감소시키고, 심지어는 자동차 이용에도 부정적 영향
을 미치는지 관찰하였다. 이 후에도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미디어 기술 전환시
기에, 미디어 대체(displacement)와 보완(supplement)에 대한 연구들이 등장했
다. 도구로서의 미디어 연구를 구분 짓는 가장 흔한 틀은 기술결정론과 사회결정
론이었다. 그것을 중재하는 것으로 사회적 구성(social shaping)의 관점 혹은 미
디어길들이기(media domestication) 관점들이 제시되어 오기도 했다. 도구로서
의 미디어에 대한 연구는 결국 미디어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주된
관심이라 하겠는데, 그에 대한 실증적 연구도 지속되어 왔다. 컴퓨터매개 커뮤니
케이션에 대한 연구, 미디어와 개인 사이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들이 거기에
포함된다. 도구로서의 미디어에 대한 연구는 미디어가 개인과 사회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낙관적 견해와 비관적 견해로
나눠지기도 한다. 20세기 초기에도 전신과 전화와 라디오가 사람들의 삶에 끼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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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이고 낙관적 기대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었다(Douglas, 1987; Fischer,
1992). 동시에 비관적 전망도 많았는데, 가령 린드와 린드(Lynd & Lynd, 1929)의
글을 보면 라디오가 등장한 직후인 1920년대 후반에 이미 아이들을 밤늦게 까지
깨 있게 해서 다음 날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에 지장을 주는 라디오에 대한 사회적
불평이 나왔음을 엿볼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 모바일 기기, 소셜
미디어 등이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전망(Carr, 2010; Tuckle, 2012)과 긍정
적 전망(Benkler, 2006; Shirkey, 2008)이 대립하고 있다.
2) 내용으로서의 미디어(media as stories)
미디어 개념의 또 다른 차원은 내용이다. 사실 20세기에 걸쳐서 미디어 학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던 차원은 내용이었다. 소위 ‘미디어 효과(media effects)’
연구의 전통이 20세기 후반부에 만들어졌는데, 여기서 미디어 효과는 사실 대개
매스미디어 내용의 효과를 말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연구자들이 매스미디어 내용
(주로 부정적 내용)이 인지, 정서, 행위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미디어 효과 전통은 20세기 중후반부에 체계화되었지만, 사실 그 원류는 20세기
초반부터 진행된 프로포갠다 연구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학자 허버트 블루
머의 영화 연구(Blumer, 1933)도 결국 영화의 ‘내용’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
에 대한 것이었다. 랭과 랭(Lang & Lang, 1952)의 TV 효과 연구도 TV의 내용에 대
한 것이었다. 그동안 미디어 내용의 효과에 대한 연구들은 대체적으로 매스미디
어 내용의 영향력은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매스미디어 내용의 효과는 전
송과정으로 이해할 것인가, 아니면 의미 형성과 유지의 과정으로 이해할 것인가,
매스미디어 내용이 미치는 영향의 수준은 개인적 수준과 사회적 수준 중에서 어
디에 설정해야 하는가, 매스미디어 내용이 미치는 영향의 초점을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이데올로기적 효과 중 어디에 맞출 것인가, 매스미디어 내용이 미치는 영
향의 시간적 차원은 단기적인 효과와 장기/누적적인 효과 중 어디에 설정할 것인
가, 매스미디어 내용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과 ‘부정
적’의 스펙트럼에서 어디쯤 내려져야 하는가 등의 질문들에 답해왔다고 할 수 있
다. 매스미디어 내용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이제 소셜미디어 등의 디지털 미디어
를 통해 개인이 생산, 유통, 소비하는 내용들이 만들어내는 효과에 대한 연구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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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되고 있다.
3) 제도로서의 미디어(media as institutions)
미디어는 내용과 도구의 차원을 넘어서서 종종 미디어 조직이나 제도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한국 사회 언론매체가 갖는 문제에 대해 누가 지적한다면 그
것은 대개 미디어 내용이나 기술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언론사나 언론 제도에
대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제도로서의 미디어는 미디어와 관련된 조직, 관행, 규
범, 법규, 정책들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제도라는 것은 자기 자신을 재생산하
는 복잡한 사회 형태(social forms)라 할 수 있다(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미디어, 특히 매스미디어는 특정 조직, 혹은 조직들의 체계 안에 존재/작
동하는 지위, 역할, 규범, 가치들의 복합체이다. 제도로서의 매스미디어는 영속
적이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패턴을 구축한다. 또한 그것은 생존을 위
해 필요한 자원을 생산하고, 구성원들을 재생산하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제도 내
사회구조를 유지시키는 다양한 활동들을 수행한다. 제도로서의 매스미디어는
사회적 틀 속에서 만들어지고, 변형되고, 퇴락한다. 시버트, 피터슨, 쉬람(Siebert,
Peterson, & Schramm, 1956)의 언론의 4 이론, 할린과 만치니(Hallin & Manchini,
2004)의 미디어 체계 비교 연구, 미디어 조직의 사회학적 연구들(Shudson, 1989;
Tuckman, 1973)은 모두 제도로서의 미디어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다.
영어권에서 미디어라는 단어가 내용이나 기술이 아니라, 언론사 조직 혹은 언
론 종사자들을 일상적으로 지칭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적으로 1960년대 리차드 닉
슨이 대통령을 할 때였다(McQuail, 2010). 닉슨이 언론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언론을 부를 때 종종 비하하는 투로 미디어들(the
media)이라고 부르곤 했다고 한다. 그 전에는 없던 관행이었다. 하지만 미디어
를 제도적인 문제로 다룬 것은 1960년대보다 훨씬 이전 20세기 초 부터였다. 가
령 리차드 로티(Rorty, 1934)는 1930년대의 매스미디어를 광고매체(advertising
media)로 부르면서 미디어를 광고 산업의 제도적 측면에서 논하였다. 베렐슨
(Berelson)은 1959년에 발표한 글에서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종말을 선언한 것으
로 유명한데, 그 글에서 커뮤니케이션 연구가 나아갈 돌파구 중 하나로 경제적 분
석에 대한 연구, 즉 미디어의 제도적 측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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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펠드는 1941년의 글에서 제도로서의 미디어를 연구하기 위해서 연구자들은
‘미디어들이 어떻게 조직되고, 통제되는지,’ ‘중앙집중화, 표준화, 상업적 압력은
어떻게 내용으로 표현되는지’, ‘그것들이 어떤 형태로 인간의 가치를 위협할 수 있
는지’ 등의 상호연계된 제도적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하였다. 미디어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연구는 대개 미디어의 제도적 차원에 집중하곤 했다(Smythe,
1951). 네트워크 기술과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미디어 환경의 산업적, 법적, 제도
적 기반을 바꾸고 있는 21세기에도 미디어의 제도적 측면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
어야 함은 당연하다.
4) 사람으로서의 미디어(media as person/people)
미디어라는 말은 그동안 도구, 내용, 제도적 차원을 모두 아우르는 말로 사용되어
왔다. 본 글은 거기에 두 가지 차원을 더 추가하려 하는데, 그 중 첫 번째 것은 사람
으로서의 미디어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19세기에 미디어란 영어 단어는 자
주 신적인 존재와 사람을 이어주는 영매 혹은 무당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다. 아
마도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성행한 심령주의가 이런 경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
다. 가령 유니테리언 교회의 목사였다가 심령주의자가 된 사무엘 바이런 브라이
탄(Samuel Byron Brittan)이란 사람은 19세기 중반의 기술적 진보 상황을 상징적
으로 반영하는 <영적 전신(spiritual telegraph)>이란 제목의 책을 1854년에 출판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미디엄(medium)이란 단어는 영적 안목(spiritual sight)을
갖고 자기 앞에 서 있는 영적 존재를 볼 수 있는 영매, 즉 사람으로서의 미디어를
가리키는 것이다. 1869년 침례교 목사이자 당시 콜롬비아 칼리지(나중에 조지워
싱톤대학의 콜롬비아문과대학으로 변경됨)의 총장을 지낸 조지 샘슨(George
Whitefield Samson)은 <Demonian or Spiritual Medium>과 <Physical Media in
Spiritual Manifestation>과 같은 책들을 썼다. 조지 샘슨의 책들에서도 제목에 들
어 있는 미디엄(미디어)이란 말은 영매 혹은 영매의 능력을 가능케 하는 어떤 것
을 뜻하는 것이었다. 샘슨의 책 역시 19세기 중반의 심령주의의 영향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는데, 그는 19세기 당시를 규정짓는 또 다른 운동이라 할 과학주의와
결합해서 심령주의의 초자연적 현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 했다. 이처럼 미디어
란 말이 갖는 의미의 역사를 살펴보면 사람으로서의 미디어라는 차원이 뚜렷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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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중개인, 통역, 거간꾼 등이 모두 미디어였고, 신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제, 종교인, 무당 등이 모두 미디어였던 것이다. 리스만(1950)
이 쓴 노변 미디어도 결국 사람으로서의 미디어(이야기꾼으로서의 부모)의 또 다
른 예이다.
20세기 들어 사람으로서의 미디어는 영매나 무당과는 다른 방식으로 드러났
다. 도시화가 진전이 되면서 익명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공적 자아, 혹은
사회학자 찰스 쿨리(Cooley, 1902)가 20세기 초 소개한 개념인 ‘거울 자아’(looking
glass self)를 만들고 유지하는 법을 배워야 했는데, 이는 사실상 모두 자아의 미디
어적 재현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들이라 할 수 있다. 어빙 고프만(Goffman, 1959,
2005)이 제시한 단정함, 인상관리, 연극 등의 개념들도 모두 자아라는 미디어의
표현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데이비드 리스만(Riesman, 1953)
이 고독한 군중에서 말한 내적 자기 지향과 외적 타자 지향이란 개념들도 결국 (사
람으로서의) 미디어의 내용에 대한 표현들이라 할 수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그의 유일한 소설인 <말테의 수기>에서 주인공이 19세기 초 파리를 방문한 뒤 “보
는 법”을 배웠다 말한다. 그가 ‘보는’ 첫 번째 대상은 도시 안에 있는 수많은 얼굴들
인데, 릴케는 당시 파리에는 사람 수보다 얼굴 수가 더 많았다고 표현했다. 왜냐하
면 각 개인이 다른 여러 개의 얼굴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릴케의 관찰에 따르
면 결국 도시의 삶은 모두가 모두에게 미디어로 역할하는 삶이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여러 개의 얼굴 채널들을 갖고 있었다.
사람으로서의 미디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는 카츠와 라자스펠드(1955)가
제시한 ‘여론지도자’라는 개념이다. 여론지도자는 서로 다른 사회연결망 사이에
서, 보편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 사이에서, 매스미디어와 지역민들 사이에서, 사실
상 하나의 미디어로 역할 한다. 이런 식으로 보게 되면 카츠와 라자스펠드가 제시
한 ‘2단계 가설’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유형의 미디어(매스미디어와 사람 미디어)
가 들어 있는 것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21세기에 들어서 새로운 유형의 ‘사람 미디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모든 사람
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대중자아커뮤니케이션(Mass self-communication)(Castells, 2009)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다양한 유형의 소위 1인 미디
어가 활성화되고, 누군가의 ‘사이’에서 미디어 역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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났다. 각종의 디바이스를 장착한 개인들은 이제 다중의 정체성을 연출하면서 온
라인과 오프라인을 매개할 뿐 아니라, 온라인의 서로 다른 공간들 사이에서, 오프
라인의 서로 다른 장소들 사이에서 다른 자아를 표현한다. 사람으로서의 미디어
의 중요성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져갈 가능성이 크다.
5) 공간/장소로서의 미디어(media as spaces/places)
옥스퍼드 사전을 통해 앞에서 살펴봤듯이 미디어라는 영어 단어의 뜻에는 유기체
를 위한 환경이란 것도 들어 있었다. 영어권에서는 유기체가 생존하고, 활동하고,
관계를 맺는 공간적 맥락을 말하기 위해 미디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공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로 역할하는 경
우들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멈포드(Mumford, 1961)는 도시의 역사에 대해 이야
기하면서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도시는 용기(container)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용
기는 식량뿐 아니라, 다양한 유형의 이야기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일종의 미디어
이다. 멈포드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가 도시를 일종의 클라우드 미디어였다고 말
했을지도 모른다. 도시의 역사를 살펴보면 새로운 도시를 계획하는 것 자체를 특
정의 아이디어나 신념을 담는 과정으로 진행했던 경우도 많다. 조선의 한양이 그
러했고, 미국의 워싱톤 DC가 그러했다. 벤야민(Benjamin, 2002)의 아케이드 프
로젝트는 도시의 미디어성을 매우 다양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벤야민의 눈에 보
인, 혹은 그의 자료에서 비춰지는, 20세기 초 파리의 도시는 그야말로 모든 볼 것
들과 의미와 욕망이 저장되고 흘러 다니는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였다. 박물관, 미
술관, 콘서트홀 등 그 자체가 미디어인 공간들을 품고 있는 도시는, 20세기에나 21
세기에나 마찬가지로, 사실상 미디어의 미디어라 할 수 있다. 교회나 사찰 같은 종
교 건물도 일종의 공간 미디어이다. 가령 교회라는 공간 안에는 텍스트, 영상, 음
향, 음악, 상호작용, 뉴스, 가십, 다층의 관계 경험, 관계의 리스트 등이 존재한다.
마치 일종의 소셜미디어 같다. 도시는 이런 소셜미디어 공간들을 포함하는 소셜
미디어의 소셜미디어이다. 도시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사들, 가령 퍼레이
드, 축제 등이 벌어지는 도로, 사거리, 빈 공터, 광장 등은 하나의 거대한 공간 미
디어이다. 그 곳에서는 감정과 이성이 부딪히는 시위라는 이름의 미디어 행위도
벌어진다. 가령 광화문 광장의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 등을 생각해 보자.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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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가 벌어지는 광화문 광장은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이다. 광장은 도시 안의 거
대한 확성기가 되어, 사람과 사람,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디바이스와 디바이스를
이어주는 미디어 플랫폼으로 역할한다. 광화문 광장은 ‘네트워크의 네트워크’(결
국 인터넷)이고, 도시는 그러한 네트워크의 네트워크가 작동하는 또 하나의 거대
한 장소미디어이다.
미디어를 공간적 맥락에서 파악하려고 하는 시도는 20세기 초 미디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될 때부터 발견된다. 가령 린드와 린드(Lynd & Lynd, 1927)는 미들타
운(Middletown)(인디애나주 Munchie시의 가명) 연구의 내용을 발표한 책에서
미디어와 도시의 관계에 대해 흥미로운 주장을 하였다. 그들은 도시를 외부 영향
으로부터 독립적인 즉 자기충족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
가지로, 공간을 엮고(space binding) 오락거리를 주는 도시 안의 새로운 미디어들
이 도시를 재형성하는 효과를 갖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간과 장소로서의 미디어를 분석한 또 다른 20세기 초 연구 중 하나는 제인
아담스(Addams, 1909)의 도시 내 극장에 대한 연구였다. 그녀는 이 글에서 미디
어란 단어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극장이란 곳이 영화 내용을 소비하는
여흥을 위한 장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
고, 느껴야 할지를 배우는 문화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도시적 삶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했다. 영화관이야말로 20세기 초 등장한 도시 미디어였
다. 제인 아담스는 극장이라는 미디어를 그것의 기술적인 측면, 내용적인 측면,
제도적인 측면을 넘어서서 공간적인 측면으로 파악하려 한 것이다. 도시 문제와
미디어 문제를 연결시킨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연구자는 델마 맥코맥
(McCormack, 1961)이다. 그녀는 ‘사회이론과 매스미디어’(social theory and mass
media)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도시사회학자들이 매스미디어에 대한 논의에 더 적
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왜냐하면 일간지, 자동차 라디오, TV 안
테나만큼 도시적인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도시 맥락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 역설한
다. 맥코맥에 따르면 매스미디어란 다름 아닌 세속 도시 사회의 근대적 삶의 경험
에 대한 이해를 얻고자 하는 사회적, 심리적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나타난 사회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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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으로서의 미디어에 대한 이해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기
술, 네트워크 기술을 도시의 주요한 인프라로 구축하는 다양한 시도들 속에서 더
욱더 중요한 것이 되었다. 최근 대두되는 자율자동차, 로봇 인프라, 특히 도시의
디지털화(김용찬, 2020b)에 대한 논의들은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로
파악하는 시도들이라 할 수 있다. 도시 안의 모든 사물들과 인간들의 활동을 조정
하는 중앙운영체제(OS)가 도시 밑에 깔리고, 도시의 모든 활동들은 그 OS 위에서
일종의 어플들처럼 조정되고, 감시되고, 관리된다. 이런 도시에서 사람과 사물들
과 기기들은 거대한 도시 미디어의 한 부분일 뿐이다. 신자유주의적 토대 위에서
진행되는 도시의 디지털화는 개인정보와 감시의 문제, 불평등 심화의 문제, 사회
적 관계의 변화, 거버넌스, 참여, 민주주의의 문제 등 다층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김용찬, 2020b).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논의는 장소와 공간으로서의 미디어라는
시각을 반영하는 새로운 미디어 이론들을 토대로 해야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6. 결론: 인프라로서의 미디어
이 글의 목적은 미디어가 무엇인가, 미디어의 역할은 무엇인가, 미디어의 효과는
무엇인가, 미디어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대신 미디어라는 말이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서 어떤 방식으로 다루
어져 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20세기는 그야말로 미디어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에 미디어에 대한 학문적 문제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고, 사
람들이 미디어라는 문제에 비로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들 ‘사이’에 있
던 미디어가 이제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20세기 초에는 미디어라는 말에
늘 매스라는 말이 따라 붙었다. 매스미디어, 광고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등
20세기의 전반부에는 미디어 앞에 늘 어떤 수식어가 붙어 있었는데, 대부분 그것
은 매스 즉 대중이라는 것의 다른 이름들이었다. 20세기 후반부로 오면서 미디어
는 매스에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의미화를 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제
는 미디어가 다른 무엇인가를 수식하게 되었다. 미디어 자아, 미디어 삶, 미디어
도시, 미디어 문화, 미디어 정치 등이 그 예이다. 이런 경향 속에서 현대 사회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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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것이 미디어에 포섭되고, 미디어화되고, 심지어는 미디어와 관련 없는 것이 하
나도 없는 것처럼 인식되는 조짐까지 보인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리고 지
난 100년 동안 축적된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해서, 미디어의 다층성, 다면
성, 다차원성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과 개념틀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본
글에서는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미디어 이론 구축을 위해 재료가 될 수 있
는 것으로서 미디어의 5개 차원(도구, 내용, 제도, 사람, 공간/장소)에 대해 간략
하게 설명하였다.
본 글에서 나는 20세기 전체와 21세기 초반에 걸쳐 미디어 개념에 대한 이해
에 변화가 있었음을 추적해서 논했다. 그렇다면 그러한 변화에 영향을 준 요인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본격적으로 답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별도의 논문이 필
요할 것이다. 여기서는 20세기 후반부 전개된 미디어 독자화의 요인으로 혐의 둘
만한 것들만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미디어가 매스미디어 틀을 벗
어나 독자화된 데에는 80년대부터 본격화된 개인 컴퓨터의 확산과 인터넷 혁명이
이끈 기술적 토대의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20세기에 걸쳐 매스미디어를 중심으로 구축되어온 법적, 경제적, 정치적
제도들에 있어서도 변화가 진행되었다. 벤클러(2006)가 언급한 산업적 정보경제
체제에서 네트워크화된 정보경제 체제로의 전환이 80년대 이후 진행되었다. 이
시기는 또한 미디어 연구의 제도적 틀이 더욱 공고화된 시기이기도 했다. 타 학문
분야에서 훈련을 받고 미디어 연구를 했던 초기 미디어 학자들과는 달리 80년대
가 되면 처음부터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학과에서 훈련을 받은 네이티브 미디어
학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유럽뿐 아니라, 한국의 경우도 마찬가지
였다. 이들 네이티브 미디어 학자들은 매스미디어체제를 넘어서서 미디어의 개념
화와 이론화를 위한 준비가 된 사람들이었다. 동시에 그들은 사회현상을 미디어
를 중심으로 보는 경향성을 보였다. 기술적, 제도적 변화와 더불어 사람들이 자신
들의 일상에서 미디어를 경험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90년대 들어 신냉전
이 끝나면서 이데올로기의 양극 체제가 저물고, 세계는 다면적 이념의 세계로 접
어들었다. 사람들은 경쟁하는 복수의 이야기에 놓이게 되었고, 일상에서 경험하
는 다면적 이야기 체계 속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유연해진 정체성 기
획의 부담은 개인들이 스스로, 혹은 그들이 속한 작은 공동체안에서 져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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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k, 1986; Giddens, 1991). 이런 방식으로 80년대 이후 사회 내 상징적 토대에
있어서도 변화가 만들어졌다. 하나의 고정된 이야기를 다수에게 전달하는 매스미
디어식 미디어 경험은 인류가 20세기에 경험한 역사적으로 돌출된 사건이었다.
연결된 개인들은 이제 미디어 내용의 소비자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
스로 이야기의 생산과 유통의 역할도 하게 되었다. 20세기 말 미디어의 독자화에
는 이러한 정치적, 사회적, 상징적, 기술적, 물리적, 제도적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변화는 20세기 매스미디어 시대를 끝내고 21세기 ‘포스트매스미디어’ 시
대가 시작하는 징후라고 할 수 있다(김용찬, 2020a).
미디어의 독자화는 결국 우리를 미디어 중심주의로 이끌 것인가? 우리를 둘
러싼 환경과 그 요소들이 갖는 미디어적 성격을 발견하고 논하는 것과, 모든 것이
미디어다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히 성격이 다른 것이다. 미디어 아닌 것들이 미디
어 논리를 따라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새로운 경향에 대해 말하는 것과
모든 것이 미디어가 되었다라고 말하는 것도 다른 것이다. 본문에서 언급했듯이
새로운 기술적, 사회적, 물리적, 상징적, 제도적 변화 속에서 미디어가 21세기 현
대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
이 미디어다라고 말하는 순간 미디어는 현상을 분류하고 분석하는 도구로서의 개
념의 역할을 상실한다.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는 적어도 세 가지 점을 고려
해야 한다. 첫째는, 미디어와 미디어 아닌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의 차원을 도구, 내용, 제도, 사람, 공간/장소로 구분하고, 확장하더라도 미디어와
미디어 너머의 경계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본문에서 설명한 미디어의
차원들이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이론화가 구축되어야 한다. 세 번
째는, 20세기 개발된 미디어 이론들과 사회 이론들을 토대로 해서 다차원적 미디
어가 미디어가 아닌 것들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대한 새로운 이론화 작
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여기서 이 문제들 하나하나를 다룰 수는 없다. 그것들 하
나하나가 별도 논문의 주제가 될 정도로 큰 주제들이다.
다만 여기서는 한 가지만 언급하도록 하겠다. 위에서 제기한 미디어 개념화
의 세 가지 숙제를 풀 하나의 방법으로 미디어를 인프라로 파악하는 이론화 작업
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김용찬, 2014). 미디어를 인프라로 파악하게 되면 미디
어를 도구로만, 내용으로만, 제도로만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서 앞에서 언급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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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차원들을 포괄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차원들 사이의 관계를 이
론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미디어를 자체적인 메커니즘의 측
면에서도 파악할 수 있지만, 미디어 인프라를 토대로 어떤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가능 혹은 불가능한지를 설명하는 이론적 틀을 구축할 수도 있다. 1931년 에드워
드 사피어(Edward Sapir)는 비록 미디어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철도, 전신,
전화, 라디오, 비행기 등을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촉진하는 물리적 조건, 즉 인프라
로 설명하였다. 사피어는 그러한 미디어 인프라들은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촉진할
때만 비로소 커뮤니케이션적 (인프라)가 된다고 역설했다. 아마도 에드워드 사피
어야 말로 미디어에 대한 인프라적 사고를 주창한 최초의 학자 중 하나라 할 수 있
다. 지난 20년 동안 미디어를 인프라로 파악하는 체계적 시도들이 진행되어 왔다
(Kim & Ball-Rokeach, 2006; Kim, Matsaganis, Wilkin, & Jung, 2018; Peters,
2018). 가령 커뮤니케이션하부구조이론(communication infrastructure theory)
은 도시 지역 내에서의 다양한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자원들을 인프라로 파악한다
(Kim & Ball-Rokeach, 2006; Kim et al., 2018).
기존의 인프라 이론들과 앞에서 설명한 미디어에 대한 다차원적 개념화를 결
합해서 미디어를 인프라로 파악하면서 우리가 처한 미디어 환경(Kim, 2020)에 대
한 새로운 이론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이론들은 앞에서 소개한 다섯 가지 미디
어 차원들이 어떻게 서로 사용작용하며, 다차원적 미디어 작용을 만들어내는지,
미디어의 인프라는 다른 인프라들, 즉 물리적, 기술적, 제도적, 사회적, 상징적 인
프라들과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 미디어 인프라는 어떻게 새로운 사회적 규
범과 효능감을 구축하고, 어떻게 기존의 규범과 효능감으로부터 영향을 받는지,
미디어 인프라는 어떤 방식으로 개인과 집단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영향을 주
고, 또 어떻게 개인과 집단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의해 구성, 재구성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미디어 인프라의 변화, 미디어규범과
효능감의 변화,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행위의 변화는
결국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개념화를 계속 요구할 것이다. 이런 변화가 계속되었
을 때, 가령 지금으로부터 50년 후에, 우리는 여전히 미디어란 말을 쓰고 있을까?
그렇다면 그것의 의미는 지금 우리가 쓰는 것과 같은 것일까?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미디어 개념은 계속 흔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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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투고일: 2020. 09. 30.
논문 수정일: 2020. 11. 09.
게재 확정일: 2020.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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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Media: A shaky concept
Yong-Chan Kim
Professor, Department of Communication, Yonsei University
The purpose of this article is to critically discuss how media researchers have used
the concept of ‘media’, a product of the 20th century, and how the use of the word
has been expanded in the 21st century. This article also suggests the directions in
which the theorization and conceptualization of ‘media’ should proceed. The 20th
century can be said to have been a period of media. At the beginning of the century,
media began to become an academic problem, and researchers began to take an
interest in media. The mass media era was established in the first half of the 20th
century. However, the media left the frame of “mass” from the second half of the
century and became independent as a subject of scholastic interest by itself. The
media that was “between” other things now stands at the center of the stage. In this
trend, everything in contemporary society has reached a situation where it is
perceived as if there is nothing unrelated to the media. I argued, based on the
understanding of media concepts accumulated over the past 100 years, that we
need new theories that conceptualize the multilayeredness, multifacetedness, and
multidimensionality of media. In addition, I presented the five dimensions (tools,
contents, institutions, people, spaces/places) of multidimensional media that can
be used for such conceptualization and theory construction. I also propose the
necessity of a new media research approach to grasp media as an infrastructure.
Keywords: media, mass media, media as infrastructure, post mass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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