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虎願) Posted on 2005-08-25 웹관리자 Posted in 고전문학 김유경(문학박사) 『삼국유사』 감통편(感通篇) ‘김현감호(金現感虎)’ 항목에 실려 있다. 제목의 뜻은 ‘김현이 호랑이를 감동시키다’이다. 「호원(虎願)」 또는 「호원설화(虎願說話)」라고도 한다. 조선시대 권문해(權文海: 1534~1591)가 쓴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 권 15 에는 「호원」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먼저 고려 시대 박인량(朴寅亮: ?~1096)이 쓴 우리나라 최초의 설화집 『수이전(殊異傳)』에 실렸던 것을 위의 두 기록에서 옮긴 것인데, 현재 『수이전』은 전하지 않는다. 『대동운부군옥』의 ‘호원’에는 김현과 호랑이의 이야기만 나오는데 비해, 『삼국유사』의 「김현감호」에는 이 이야기에 이어 중국 당나라에 살던 신도징과 호랑이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또한 전자에서는 김현이 호랑이 처녀의 집에 따라 갔을 때 오빠 호랑이들이 김현을 잡아먹으려 하는 일과,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 그 세 호랑이를 징계하겠다는 소리가 들리는 일이 빠져 있어 호랑이 처녀의 죽음에는 필연성이 결여되어 있다. 오빠의 죽음을 대신하여 천명을 받들기 위해 죽음을 택하며, 나아가 자신의 죽음으로 낭군의 출세를 여는 발판으로 삼고자 하는 희생정신의 구체성이 약화된 것이다. 이것은 『대동운부군옥』에서 『수이전』의 이야기를 옮겨 적으면서 축약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도 판단된다. 이에 반해 『삼국유사』에서는 김현과 호랑이의 이야기에 이어 중국 송나라 때 편찬된 소설집인 『태평광기(太平廣記)』에서 당나라의 신도징과 호랑이의 이야기를 가져와 이 항목에 이어 실어놓았다. 신라의 김현과 호랑이 이야기에 이어 당나라 신도징과 호랑이의 이야기가 이 항목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삼국유사』의 ‘김현감호’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신도징과 호랑이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당나라의 신도징은 지방 관리로 임명되어 가는 길에 눈바람을 피해 어느 초가에 들어갔다가 그곳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처녀를 만났다. 그녀는 허름한 차림으로 있었지만 살결과 얼굴이 매우 아름다웠다. 신도징은 그 부모에게 청혼하여 처녀와 혼인의 예를 올리고 그 집의 사위가 되었다. 그 뒤 신도징은 그 처녀를 데리고 임지에 이르렀다. 그의 녹봉이 매우 적었으나 그의 아내는 총명하게 살림을 잘 꾸려 나갔으며 1 남 1 녀를 낳았다. 임기가 끝나자 신도징은 가족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이 때 아내는 신도징이 이전에 써 준 시에 대한 화답으로, “금슬(琴瑟)의 정이 중하기는 하지만 산림(山林)의 뜻이 스스로 깊다.”고 한다. 그리고 신도징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내를 위해 함께 처가에 가 보았는데 처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내는 그곳에서 부모를 생각하며 종일토록 울다가 벽 모퉁이에서 호랑이 가죽 한 장을 보고는 크게 웃으며, “이 물건이 아직도 여기 있는 것을 몰랐다.” 하고 그것을 뒤집어쓰고는 호랑이로 변하여 나가 버렸다. 이에 놀란 신도징이 두 자녀를 데리고 쫓아가 숲 속을 찾아보았으나 끝내 아내의 행적을 알 수 없었다. 호랑이가 처녀로 변신하여 인간 남성과 인연을 맺는다는 점에서는 두 이야기가 같다. 그리고 서로 헤어지게 되는 점도 같다. 하지만 김현의 호랑이가 자기의 세 오빠들을 살리고 국가의 어지러움을 없애며, 사랑하는 남자를 출세시키기 위하여 스스로 죽음을 택함으로써 이별하는 것과는 달리 신도징의 호랑이는 사람으로서의 삶보다는 호랑이로서의 삶을 그리워하여 남편과 아이들을 버리고 달아남으로써 이별하게 된다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의 행동이 보은과 희생인 데 반해 후자는 배신이다. 더구나 전자는 단지 하루 저녁을 함께 했을 뿐인데도 죽음으로써 은혜를 갚는다. 이는 전자가 탑돌이에 열심인 불교신자였다는 데서 그 원인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후자는 1 남 1 녀까지 두고 부부로 살아왔으면서도 남편과 가족을 배반하고 가정을 파탄시킨 것이다. 일연은 김현의 이야기와 신도징의 이야기를 나란히 소개한 뒤에 그 두 호랑이의 행적을 대조하여 평가한다. 호랑이가 김현과 신도징 두 사람에게 각각 여자로 변하여 나타난 것은 같으나 신도징의 호랑이는 사람을 배반하고 도망하였지만 김현의 호랑이는 부득이 사람을 상하게 한 뒤에는 처방을 알려주어 구하게 하였으며, 오라비의 죄를 대신하였으며, 절을 지어 불경을 읽게 하는 등의 어진 일을 하였다고 한다. 또한 일연은 김현이 보은(報恩)을 받게 된 것은 그가 정성껏 탑돌이를 한 데에 부처가 감응(感應)하여 복을 준 것이라고 판단한다. 일연은 이 이야기에서 김현이 불교를 정성껏 믿은 보답을 받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삼국유사』의 구성 가운데 이 항목이 실려 있는 '감통(感通)'은 부처님을 향한 인간의 지극한 정성(精誠)이 신이한 영험을 낳은 이야기를 실어놓은 부분이다. 그리하여 일연은 이 이야기를 감통편(感通篇)에 실은 것이다. 감통편에는 「원왕생가(願往生歌)」가 실린 광덕엄장(廣德嚴莊) 항목, 「제망매가(祭亡妹歌)」와 「도솔가(兜率歌)」가 실린 월명사도솔가(月明師兜率歌) 항목, 「혜성가(彗星歌)」가 실린 '융천사혜성가진평왕대(融天師彗星歌眞平王代)' 항목 등이 있다. 이 이야기는 이물교접설화(異物交接說話)의 하나이다. 인간과 다른 종류의 교접이 나타나는 이야기로는 환웅(桓雄)과 곰이 교접하는 단군신화(檀君神話), 처용(處容)의 아내와 역신(疫神)이 교접하는 처용 이야기, 어머니가 못의 용과 교접하여 태어난 서동(薯童) 이야기 등이 있다. 또 이 이야기는 호원사라는 절을 짓게 된 사연을 밝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사원연기설화(寺院緣起說話)에 해당되며 호랑이가 인간으로 변신하여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하면 '변신형(變身型)' 설화에도 해당된다.《문장》 -차용주, 「김현감호의 비교 연구」, 논문집 제 7 집, 청주여자사범대학, 1978. -김영만, 「김현감호 설화에 나타난 불교사상고」, 『국어국문학』 제 18·19 합집,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1982. -송효섭, 「김현감호의 환상적 주제」, 『국어국문학』 95 호, 국어국문학회, 1986. -김광순, 「김현감호에 대하여」, 『한국의 철학』 제 16 호, 경북대학교 퇴계연구소, 1988. -윤미경, 「호원사 연기설화 연구」, 동국대 석사학위논문, 1992. -조현우, 「「김현감호」와 「호원」의 대비 연구」, 『어문연구』 29 권 1 호, 2001.